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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日 수출 규제 후 삼성전자에 불화수소 수출 첫 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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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포토레지스트는 두 차례 수출 허가/日 정부 “수출 허가 확인 못 해줘”/일본이 수출 규제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달 현지 찾아 물량 확보에 주력

세계일보

서울 삼성전자 서초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일본이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불화수소의 수출을 삼성전자에 허가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다만 일본 정부는 이와 관련한 공식 확인을 거부했다.

2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불화수소의 수출을 승인했다.

일본이 지난달 4일부터 규제 조치를 취한 뒤 수출이 제한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대 품목 가운데 앞서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수출은 일본 정부에서 두차례 허가했지만, 불화수소는 이번이 처음이다.

불화수소는 반도체의 제조 공정에서 회로를 새길 때 쓰이는 필수 소재로, 이번에 수입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본 정부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함께 포토 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의 수출 규제에 들어간지 사흘 후 현지를 찾아 긴급히 물량 확보에 주력했었다.

불화수소는 일본 정부가 군사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수출 규제 강화의 근거로 삼았던 품목이다.

이런 탓에 그간 수출 허가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여겨졌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오늘 일본이 불화수소 가스 수출 1건을 허가한 사실을 업계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4일 안팎으로 일본 정부에 수출 허가가 신청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확한 수출 물량과 순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수출 허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거부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한국에 대한 불화수소 수출을 허가했느냐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우리는 그런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다”며 ”개별 회사에 관련된 정보를 우리가 공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없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불화수소 수출을 허가했다는 정보가 사실인지 여부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일본산 불화수소 대체 방안을 적극 모색하면서 거래 중단 위협을 느낀 일본 제조사 쪽에서 승인을 촉구했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관측된다.

이번 불화수소 수출 허가에도 이를 일본 정부의 입장이 전면 선회했다는 신호로 볼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에 또 불화수소를 1건 허가해줬다고 해서 일희일비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한국 정부의 입장은 수출 규제를 무조건 철회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본 언론에서도 수출 규제로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되면 수출 허가를 안 내준 것 때문에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됐다”며 “패소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이며 전반적 기조는 변한 것이 없다고 본다“고 거들었다.

국제사회에 수출 금지가 아닌 정상적인 규제 및 관리 강화임을 강조하려는 일본 정부의 명분쌓기의 일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7일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허가했고, 19일에 추가로 승인했다.

이로써 최장 90일의 개별 허가 심사 대상인 3대 품목 가운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만 아직 수출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일본에서 지난달 한국으로 수출된 고순도 불화수소는 규제 영향으로 전월 대비 8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7월 품목별 무역통계에 따르면 반도체 세정 공정에 사용하는 불화수소의 지난달 한국 수출량은 479t으로, 전월 대비 83.7% 급감했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당초 합당한 근거를 밝히지 않았던 일본 정부가 계속 수출을 지연시키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게다가 한국이 발빠르게 수입국 다변화를 꾀하고 국산화에 나서자 일본 수출 기업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양봉식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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