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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정부, 해리스대사 불러 “지소미아 우려 자제를”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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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영 “미국 반복적 실망 표시

한·미 동맹 강화에 도움 안된다”

미 국무부 “독도 훈련 비생산적”

지소미아 파기 철회 압박 계속

CSIS 토론회서 한·미·일 협력 강조

“지소미아 연장, 일본과 대화해야”

외교부, 해리스와 ‘면담’ 표현

“사실상 대사 초치 아니냐” 관측도

중앙일보

해리 해리슨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결정과 관련 미국이 ‘강한 우려와 실망’을 여러 차례 밝힌 데 대해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해리 해리스(사진) 주한 미 대사에게 “공개적이고 반복적인 실망 표시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정부 소식통이 28일 전했다. 외교 상대국, 특히 동맹국에 메시지 발신 자제를 요청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일 갈등으로 촉발된 지소미아 및 독도 훈련 이슈로 한·미 간 불편한 기류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소식통에 따르면 조 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해리스 대사와 면담하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일본이 먼저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한·일 관계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지 한·미 동맹이나 한·미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는 정부의 입장을 다시 설명했다. 또 “그럼에도 미 측에서 실망감을 표현하는, 공개적이고 반복적인 메시지가 나오는 것은 한·미 동맹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미 미국의 입장이 우리 정부에 충분히 전달됐으니 그런 식의 공개적 메시지 발신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지난 23일 미 국무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미국의 안보이익과 동맹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차관보 등 고위 관리들이 잇따라 한국 정부를 비판한 데 대한 입장 표명인 셈이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27일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사전 통지를 받지 못했다. 강한 우려와 실망을 느낀다. 재고하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AFP통신도 이날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지소미아는 11월 22일까지는 끝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이 그때까지 생각을 바꾸기를 희망한다”고 보도했다. 종료 결정 철회 데드라인까지 그은 셈이다. 슈라이버 차관보의 주장을 두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이 이뤄졌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하우스(청와대·Blue House) 투 하우스(백악관·White House)’ 형식으로 양국 안보실장 간에 아홉 번을 통화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한 미 대사관 측은 이날 해리스 대사의 외교부 방문에 대해 "비공개 면담 내용은 언급하지 않는다”고만 밝혔다.

슈라이버 “한국, 국내 정치적 동기로 안보 영향 주는 결정”

중앙일보

슈라이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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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소식통은 “조 차관은 해리스 대사에게 ‘미국이 오랫동안 기대한 대로 한국이 스스로 더 강한 국방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하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진정한 의지’라는 점을 힘줘 설명했다”며 “조 차관이 ‘미국 측이 실망이라는 공개적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했으니 이제는 조금 자제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진정한 의지를 북돋워 줄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영향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가 27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독도 방어 훈련에 대해 “비생산적”이라는 공개 입장을 낸 데 대해서도 조 차관은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국무부 대변인은 독도 방어 훈련과 관련, “한·일 간 최근 다툼을 고려할 때 ‘리앙쿠르 암(Liancourt Rocks: 독도의 미국식 표기)’에서의 군사 훈련 시기와 메시지, 규모 증가는 현안 해결에 생산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면담은 한국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한다. 미국이 수차례 한국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이어가면서 국내적으로 한·미 동맹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여론이 높아진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외교부 측에서 해리스 대사를 직접 만나 정부 진의를 설명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마침 이날 해리스 대사가 외교부에서 강경화 장관 주최 외교단 리셉션에 참석할 예정이라 행사 뒤 면담 일정이 잡혔다고 한다. 이날 리셉션은 최재형 감사원장의 유엔 회계감사단(BoA) 위원 출마와 관련, 각국 지지 요청 차 마련됐으며 85개 주한 공관 대사 등 130여 명이 참석했다.

외교부는 공식 보도자료에서도 ‘면담’으로 제목을 달았고, 본문에도 ‘설명’ ‘협의’ 등의 표현을 썼다. 항의의 성격으로 인식되는 ‘초치’는 아니라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조 차관이 해리스 대사와 만나 정부의 ‘자제’ 요청을 전한 자체가 한·미 관계의 이상 기류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외교가에선 나온다. 형식은 ‘면담’과 ‘협의’라 했지만 유감 표명이자 반박 내용인 만큼 사실상 ‘초치’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관은 “진의만 전하려는 것이라면 미 국무부를 대상으로 주미 한국 대사관이 움직이는 게 더 자연스럽다”며 “주재국 고위 당국자가 대사를 부르는 형식 자체에서 불편함이 드러나는 것으로 그게 항의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이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브리핑에서 “(독도 방어 훈련은)우리의 정례적인 훈련이다. 독도는 누구의 땅인가”라며 미측의 독도 훈련 언급에 강하게 반응했다. 이 관계자는 “누구에게 인정받아야 할 땅은 아니다. 어떤 국가가 자국의 주권과 안위를 보호하기 위한 행위에 대해 쉽게 얘기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미국을 향해 ‘주권’을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건 이례적이다.

조 차관이 해리스 대사와 면담한 뒤 슈라이버 차관보는 ‘한·미·일 방위협력의 중요성’을 주제로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환경에서 (북한의)미사일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위해 지소미아가 필요하다”며 “한국과 일본은 관계 회복과, 지소미아의 갱신(연장)을 위해 행동하고, 의미있는 대화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또 “북한의 위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적 동기로 (동북아의) 안보에 영향을 주는 결정을 한 데 대해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의 실망스럽다는 논평에 이어 한국이 종료를 결정한 지소미아를 갱신하고 연장하라는 메시지를 직접 던진 것이다. 그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선 양국이 서로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진지한 대화에 나서라는 주문도 했다.

한·일 외교당국은 접촉을 이어 간다는 계획이다.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29일 한국을 방문해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만나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일본의 화이트 국가(안보우호국) 관련 조치 등 양국 간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유지혜·권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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