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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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조은효 특파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 23일 '미국과의 확실한 연대' 의지를 피력하는 한편, 한국을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프레임으로 몰아갈 것임을 시사했다.
■"미·일 연대 확실히, 지역평화 확보"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주요 7개국(G7)정상회의 참석차 프랑스로 출국하기 직전 총리관저에서 "일본은 현재의 동북아 안보 관계에 비추어 한·미·일 협력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관점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미국과 확실하게 연대하면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할 것"이라며 "일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대응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번 G7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별도의 양자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을 상대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부각시키는 한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부상에 대응,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되기 위한 개헌 추진과 미·일 관계를 한층 강화시키는 방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또 다른 발언은 "한국이 국가와 국가 간 신뢰관계를 해칠 대응을 계속하고 있다"며 "한국이 국가 간 약속을 지키도록 계속 요구해 나가겠다"고 한 것이다. 위안부 합의 파기, 지소미아 종료를 빌미로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협상의 여지를 없애고, 일본 정부의 입장을 더욱 강경하게 밀어부칠 것으로 예상된다.
■"백색국가 제외, 숙연하게 실행"
일본 각료들의 반응은 이렇다. 지소미아 문제 주무부처 수장인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은 "(한국이) 현재 지역안보 상황을 완전히 오인한 대응"이라며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방위상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실망'이란 단어를 두 번이나 반복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2013년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을 당시 미국 국무부가 썼던 말이 "실망스럽다"였던 점을 지적하며 '실망'이란 단어는 외교적으로 파장이 클 때 쓰는 용어라고 부연했다. 이와야 방위상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반복하는 등 지역의 안보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한·일, 한·미·일의 연계가 중요하다"며 한국측에 지소미아 연장 시한인 24일까지 재고를 요청하겠다는 의향도 나타냈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이날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리며, 일본의 수출규제를 문제삼은 것에 대해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화이트리스트 시행에 대해 "이미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된 것이므로, 숙연하게 실행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조치는 한국 산업계의 최대 리스크다. 앞서 시행된 포토 레지스트·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불확실성 속에서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나,시기적으로 지소미아 파기와 화이트리스트 시행이 맞물리면서 일본이 특정 품목을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치권은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한국을 맹비난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사토 마사히사 외무성 부대신은 지난 22일 밤 BS후지 프로그램에서 "한마디로 어리석다"며 "북한을 포함한 안보 환경을 오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시하라 노부테루 전 경제재생상은 트위터에 "동아시아의 평화에 반드시 '화근'을 남길 것"이라고 적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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