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냉전적 사고를 고집해 한반도의 대결국면이 심화하고 동북아에 불안요인을 가중시키는 일이다.”
한국과 일본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을 체결한 2016년 11월 23일,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 발언이다. 당시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언론들은 지소미아를 향해 ‘아시아판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미국이 주도한 철의 3각 동맹’ 등 불만이 가득 담긴 표현을 총동원해 우려를 표명하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3년여 뒤, 한국이 22일 지소미아 파기를 선언했지만 중국은 하루가 지난 23일 오전까지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오후 들어서야 외교부는 “대외적으로 군사안보 협력을 개시하거나 중지하는 것은 주권 국가의 자주적 권리”라고 평가했다. 환호성은커녕 주판알을 두드리며 손익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중국 정부가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는 사이, 온라인 공간에서는 활발한 토론과 주장이 펼쳐졌다. 인터넷 매체인 화산치옹지엔(華山穹劍)은 “한일 무역분쟁이 격화돼 경제에서 군사로 갈등이 확산되면서 미국의 아태 전략에 균열이 생겼다”며 “한일 양국의 행태가 미국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거리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겠다고 공언하며 한일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상대의 틈을 벌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다. 반면 지식문답 온라인 플랫폼(우리의 네이버 지식인 격)인 우쿵원다(悟空問答)에서는 “지소미아를 폐기했지만 한일 간에는 갈등과 충돌보다 협력의 수요가 훨씬 많다”며 “언제고 다시 관계를 개선해 호혜의 길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섣불리 샴페인을 터뜨리며 안심하다가는 오히려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한일 간 불협화음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뒤에서 양국을 조율하는 미국의 움직임에 더 신경을 쓰는 눈치다. 지소미아는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촘촘히 짜놓은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토대인 만큼 미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상황이 다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문제 전문가인 리난(李枏)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신경보에 “미국으로서는 한일 간 경제 마찰 정도는 뒤에서 지켜볼 수 있지만, 경제 마찰이 군사안보 분야로 격상되면 두 손 놓고 있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한일 간 균열을 메우기 위해 이전보다 훨씬 공세적으로 나온다면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이어 동북아 안보대결에서도 버거운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