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국방부 일제히 "강한 우려와 실망" 공개 표명
폼페이오 국무, 캐나다 출장 중 "실망스럽다" 비판도
언론 "동북아서 美존재감 감소 증거" 비판...트럼프 자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은 22일(현지시간) 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파기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관련 부처가 일제히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특히 청와대가 지소미아 파기를 발표하며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한 데 대해 미 정부 측은 “사실이 아니다” 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미 언론들은 미 정부 주도로 맺어진 지소미아의 파기가 동북아에서 미국의 존재감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워싱턴을 자극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문재인 정부에 (협정 파기) 결정이 미국과 우리 동맹의 안보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고, 동북아시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안보적 도전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오해를 나타낸다고 거듭 분명히 해 왔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국무부는 특히 이번 결정의 주체를 ‘한국 정부’가 아닌 ‘문재인 정부’로 꼬집어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캐나다를 방문 중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 “아침에 한국 외교장관과 통화했다”면서 “실망했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일 양국이 대화를 계속하기를 촉구한다며 “두 나라 각각이 관계를 정확히 옳은 곳으로 되돌리기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무부와 함께 미 국방부 역시 대변인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를 콕 찍어 “일본과 지소미아 갱신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국방부는 앞선 논평에서 “한일 간 조속한 이견 해소를 바란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몇 시간 만에 입장이 완전히 돌아섰다.
데이브 이스트번 대변인은 다만 “우리는 한일 관계의 다른 분야에서 마찰에도 불구하고 상호 방위와 안보 연대의 완전한 상태가 지속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믿는다”면서 “가능한 분야에서 일본, 한국과 함께 양자 및 3자 방위와 안보 협력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지속적으로 지소미아 유지를 요청해 온 미 정부 내부에서는 공식적인 실망 표명을 넘어서 한국 정부에 분노를 표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미 정부의 한 소식통은 청와대가 22일 오후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 소식통은 “청와대가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여기(주미 한국대사관)와 서울에서 (항의)했다” 면서 “한 번도 우리의 ‘이해’를 얻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이처럼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나선 것은 동북아에서 한미일 삼각 동맹이 약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데 더해 트럼프 정부의 외교력 부족이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로 이어졌다는 미국 내 여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지소미아는 북한의 미사일 활동에 대한 긴밀한 감시를 위해 미국이 주도해 맺어진 협정”이라며 “한국의 결정은 한일 간 긴장이 극적으로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자 이 지역에서 미국의 존재감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보여주는 최신 증거”라고 강조했다.
AP통신도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두 나라와 안보 협력을 강화하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결정으로 역내에서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가 약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NN방송은 “한일 사이에 고조되는 긴장은 전 세계에 우려를 촉발시켰다”면서 “이는 20세기 초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한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일본에 대한 보복을 목표로 한 것이라고 해도 미국과의 동맹협력에 해로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