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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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2일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과 관련 “미 측에 ‘우리가 신중히 검토할 것이며, 국익에 합치되도록 판단을 잘해서 내용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비건 대표와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며 이처럼 말했다. 협의는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10분 동안 진행됐다. 김 차장은 “청와대 차원에서 비건 대표에게 전달할 메시지가 있어서 미국 측 요청에 응하는 형식으로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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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한ㆍ미ㆍ일 관계 먼저 언급”
이날 면담은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되는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 개최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이뤄졌다. 북한 비핵화 협상을 전담하고 있는 비건 대표가 이날은 지소미아와 관련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 이유다.
다만 김 차장은 지소미아에 대한 미 측의 입장을 들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비건 대표 쪽에서 한ㆍ미ㆍ일 관계에 대해 먼저 언급을 했다”고 했다. 비건 대표가 3국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소미아 유지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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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ㆍ미 간 비핵화 대화 곧 재개될 듯”
이처럼 김 차장은 지소미아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말을 아끼며 신중히 검토한다는 기존의 정부 입장만 반복했다. 대신 북ㆍ미 간 비핵화 실무 협상과 관련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놨다. 그는 “제가 받은 인상은 북ㆍ미 간 대화가 곧 전개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핵화 협상 프로세스에 대해 한ㆍ미 간에 긴밀히 협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보는 근거를 묻자 “정확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29일 최고인민회의 전에 북ㆍ미 간 협상 재개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것까지는 제가 답을 못 드린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북한이 대화 거부를 시사하는 담화를 낸 데 대해서는 “하여튼 저는 잘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비판적 입장 표명에 대해 우리가 건설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대응을)절제한 데 대해 미 측이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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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이낙연 총리에 이례적 현안보고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정부청사 본관을 찾아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났다. 사전에 예고되지 않은 방문이었다. 이 총리와 정 실장은 배석자도 없이 단둘이 10여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정 실장은 청사를 떠나며 기자들과 만나 “총리께 보고도 드리고, 여러 가지 상의드릴 것이 있어서 왔다”고 말했다. 지소미아와 관련한 질문에는 “지소미아는 계속 검토할 것”이라며 “NSC 상임위가 오후에 열리기 때문에 거기서 우리가 아주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늘 발표하느냐는 질문에는 “NSC에서 협의를 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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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오늘 NSC서 심도 있게 논의”
국무총리는 통상 NSC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매주 열리는 NSC 상임위원회에도 총리가 아닌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NSC 실무회의에도 국무1차장이 참석하는 게 관례”라며 “국가안보실장이 총리에게 직접 와서 보고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오전 10시 46분쯤 청사에 도착했고, 김 차장은 오전 10시 50분쯤 도착했다. 국가안보실장과 안보실 2차장이 4분 차이로 따로 움직이며 청와대도 아닌 정부청사에서 각기 국무총리와 미 국무부 고위 인사를 만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정 실장은 김 차장과 비건 대표 간 면담이 진행중인 오전 11시 22분쯤 먼저 청사를 떠났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22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면담을 위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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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지소미아는 한ㆍ일 관계뿐 아니라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인 데다 국내적으로도 연장 여부를 두고 찬반 여론이 공존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 총리가 논의에 참여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당 내에서도 지소미아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표출되고 있다.
그간 대일 공세의 전면에는 김 차장이 섰지만, 지소미아 최종 결정 국면에서는 국가안보실을 이끄는 정 실장이 직접 움직여 무게감을 더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외교가에선 나온다.
이 총리는 정 실장이 떠난 지 약 20분 뒤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지소미아와 관련한 논의를 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자동차를 타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유지혜ㆍ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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