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실업률 2000년 이후 최고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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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는 109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5만8000명(5.6%)이나 불었다. 7월 기준으로는 1999년 이후 가장 많다. 실업률도 3.9%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올랐다. 7월 기준으로 지난 2000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다. 이처럼 실업 관련 지표는 올해 들어 90년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취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재정을 투입한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데, 이 때문에 비경제활동인구가 새롭게 고용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이것이 역설적으로 실업자를 늘리고, 실업률은 더 높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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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1분기와 올해 1분기의 가구 소득을 비교한 통계도 아이러니하다. 1인 가구를 포함하면 소득 하위 50%(1~5분위)의 소득은 2년 새 감소했다. 그 이상(6~10분위)은 되려 늘었다. 못 사는 절반은 더 가난해지고, 잘 사는 절반은 더 부유해지는 통계가 나온 것이다. 정부의 의도와 달리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줄이고, 저소득층 전체로는 수입을 감소시키는 부작용을 만들어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장을 역임한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시장 메커니즘에 맞춰 처방하면 되는데, 시장에 이념과 정치가 개입해 기존 질서를 흔드니 결국 다른 쪽에서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를 누르면 다른 곳에서 새로운 문제가 부풀어 오르는 이른바 정책의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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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도 그렇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확대 방침을 밝히자 지은 지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던 준공 5년 이내 서울 신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 5주째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자사고 폐지로 학군이 좋은 강남과 목동 등의 집값과 전ㆍ월세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뿐이 아니다. 영국 에너지그룹 BP가 발표한 ‘2019년 세계 에너지통계 리뷰’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석탄 소비량은 1년 전보다 2.4% 증가한 8820만 TOE를 기록했다. 나라 전체로는 세계 5위, 1인당 소비량은 세계 2위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시행 이후 원전 가동이 줄면서 되려 석탄발전 가동이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인 미국(-4.3%)ㆍ일본(-2.1%)ㆍ독일(-7.2%)ㆍ영국(-16.6%) 등은 석탄 소비를 줄이는데, 미세 먼지 때문에 홍역을 앓는 우리는 석탄 소비를 되레 늘린 것이다. 여기에 탈원전 정책은 값싼 원자력 전기를 줄이고 값비싼 신재생과 LNG 발전을 늘려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가중하고 있다.
2018년 전세계 석탄 소비량 상위 5개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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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독 현 정부 들어 이런 풍선효과가 눈에 띄는 것은 특정 이슈에 대한 집착이 강한 단체·집단이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라면서 “국가 경제라는 전체의 ‘숲’은 보지 않고, 특정 이슈·이념에 치우친 ‘나무’에 집착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미 곳곳에서 드러난 지 오래된 풍선효과도 많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새로운 취업의 문을 좁게 만들고, 기존 정규직과의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이후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주요 연구실은 저녁이 되면 컴퓨터를 꺼야 해 연구개발(R&D)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건강보험 보장 확대(일명 ‘문재인 케어’)도 결국 건보 적자와 건보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유경준 교수는 “정부의 정책들이 서로 시너지를 내기보다는 서로 효과를 반감시키는 ‘역(逆)시너지’를 내는 경우가 잦다”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지금처럼 풍선의 다른 부분이 부풀었다고 억지로 누르는 식으로 접근하면 결국 풍선은 터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김태기 교수는 “분배와 성장을 모두 잡기는 힘든 만큼, 정부가 차라리 성장보다는 분배에 더 신경 쓰겠다고 솔직히 밝히는 것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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