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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황지선 씨(가명·40대)는 얼마 전 중학교 3학년인 딸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외국 유학 상담을 받고 왔다. 본래 비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딸만 혼자 유학을 보내기도, 기러기 가족이 되는 것도 싫었던 탓에 일찌감치 유학은 염두에 두지 않았던 황씨. 그러나 그는 평소 공부에 욕심이 많았던 딸이 최근 들어 부쩍 "미국 유학을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꺼내면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씨는 "(진학을) 염두에 뒀던 고등학교가 내년에 (재지정) 평가 대상이어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소식 때문에 불안감이 크고, 대입 역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문·이과 통합 수능 등까지 (고려해야 할)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혼란스럽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황씨는 하나밖에 없는 딸의 입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까마득하다고 토로했다.
중3 학부모 박준호 씨(가명·경북 구미 거주) 부부는 아예 여름휴가까지 일부 반납하고 자녀의 입시 계획을 짜 줄 전문가를 찾아 최근 서울 대치동 학원가를 방문했다. 박씨 부부가 살고 있는 곳은 고교 비평준화 지역으로, 가령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후기 모집에 탈락하면 정원 미달이 된 일반고에 가거나 아예 평준화 지역 일반고로 강제 유학을 가야 한다. 본래 박씨 부부 자녀는 구미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역에 위치한 자사고 진학을 1순위로 고려했지만 올해 재지정 평가에서 통과한 효과로 경쟁률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학부모들 사이에 오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박씨 부부는 "고입, 대입과 관련해 궁금한 게 너무 많은데 이를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있는 곳이 없다 보니 부득이하게 대치동까지 가게 됐다"며 "학종만 보더라도 이미 서울에선 중학교 때부터 일찌감치 계획을 세우고 준비한다는데, 우리 아이만 뒤처진 건 아니었는지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현재 중학교 3학년생들은 자사고·외고 폐지 움직임과 입시제도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혼란에 빠졌다. 현재 정부가 고교 서열화 해소를 명분으로 자사고는 물론 외고 등 특수목적고에 대해 일반고 전환 움직임을 보이면서 고교 선택지가 좁아졌다는 학부모와 학생들 원성이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문·이과 통합 수능의 2년 차 대상인 현재 중3 학생은 고1 학생과 큰 변화 없이 대학마다 계열별 선택과목을 정해둘 가능성이 커 보다 치밀한 입시 전략을 짜야 할 상황에 놓였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교육당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최종 탈락한 서울 지역 자사고 8곳(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중앙고·이대부고·한대부고)에 대한 가처분 인용 결과가 이달 나올 예정이다. 급기야 내년엔 전국 30개 외고 전체가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있고, 국제고 역시 세종국제고를 제외한 나머지 6곳이 평가 대상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 지역이 외고 등 특목고 폐지가 교육감 공약이었던 만큼 공립으로 운영되는 외고나 국제고는 일반고 강제 전환 가능성이 사립고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현재 중3 학생에게 적용되는 2023학년도 수능 역시 2022학년도 문·이과 통합 수능 체제를 그대로 따른다는 점에서 "무늬만 문·이과 통합 아니냐"고 우려를 표하는 학부모가 많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라는 정부 취지와 달리 주요 대학 이공계열 등에 지원하려면 대학이 요구하는 선택과목을 반드시 응시해야 하는 구조 때문이다. 더욱이 학종에 대한 학부모들 불신이 여전한 상황에서 정시 확대 기조 역시 불확실한 요소로 작용한다.
한 중3 학부모는 "일단은 정시를 30% 확대한다고 하는데, 지금처럼 여전히 학종 중심으로 갈지 아니면 이를 뒤집을지도 미지수"라며 "문·이과 통합 수능 역시 국어, 수학, 탐구영역 등 선택지가 총 800개를 넘는데 실상은 대학들이 선택과목을 조건부로 달고 있는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아 갈수록 더 복잡해지기만 한다"고 전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공교육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세밀한 정책과 함께 학생 진로를 제대로 상담해줄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현장에서 학부모·학생들이 토로하는 가장 큰 고민거리는 (복잡한 입시 개편에) 제대로 진로를 코치해 줄 선생님이 없다는 것"이라며 "결국 교육특구와 비교육특구 간 괴리감도 커질 수밖에 없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이 와중에 일각에선 수능 전면 절대평가설까지 나오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지만, 이는 현 중3 학생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낭설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한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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