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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사설]납득하기 힘든 ‘세월호 보고 조작’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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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국가에서 법원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세월호 보고 조작’ 사건에 대한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 판결은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재판부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김장수·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게는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국민 생명권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에서 출발한다. 박 전 대통령은 7시간 동안 ‘침실 집무’와 ‘머리 손질’ ‘최순실 회동’까지 차마 믿기 어려운 행태를 보였다. 김기춘 전 실장 등은 그런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기는커녕, 사후에 7시간 행적을 조작하는 데 급급했다. 박 전 대통령이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공문서를 조작해 국회에서 거짓답변하고, 국가재난 컨트롤타워를 청와대에서 안행부(현 행정안전부)로 무단 수정했다. 이들이 제대로 된 보고를 하고 적절한 조치를 했더라면 304명이 생목숨을 잃는 일은 최소화할 수 있었다.

재판부는 이런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을 기만하고자 했다”고까지 했다. 그런데 고령이나 증거부족 등 이유로 집유 또는 무죄를 선고했다. 공문서를 조작했고, 위법한 방법으로 수정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입증·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은 앞뒤가 맞는 판결인가. 이번 판결은 국민 생명권 보호 책임을 다하지 않은 국가와 고위공무원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법관 상대 진정·청원 건수는 4600여건으로 역대 최대였다.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은 법원 판결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도 사실로 드러난 마당이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민주주의의 근간도 흔들리게 된다. 아직 2심과 최종심이 남아 있다. 사법부는 법과 원칙, 상식에 맞는 판결로 깊어진 국민 불신에 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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