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과징금' 퀄컴 vs 공정위 소송 변론 마무리…'세기의 재판' 결말만 남아

공정위, "퀄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1조 300억 과징금 부과

퀄컴 "FRAND 확약 위반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아냐" 반박

변론만 17차례 공방…선고 11월 말 또는 12월 초 날듯

세종시에 위치한 공정거래위원회 건물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1조원대 과징금을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퀄컴이 2년여 간 이어온 법정 공방이 마무리 돼 재판부 판단만 남겨두게 됐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노태악)는 14일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의 최종변론기일을 열고 변론을 종결했다.

재판부는 “사건 기록이 7만 페이지나 되는 등 검토할 것이 많다”며 “선고 기일을 별도로 지정하지는 않고 추후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선고는 이르면 11월 말 또는 12월 초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뿐 아니라 애플과 화웨이, 인텔, 미디어텍 등 글로벌 정보기술(IT)업체들의 특허료 등에 미치는 영향이 커 전 세계 경쟁당국과 관련 업계도 이번 사건 결론에 주목하고 있다.

퀄컴은 이동통신 분야에서 가장 많은 2만 5000여개 표준필수특허(SEP)을 보유한 업체다. 표준필수특허는 특정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특허를 표준화 해 전 세계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을 말한다. 핵심 쟁점은 ‘특허 공룡’ 퀄컴이 프랜드(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확약(표준필수특허 보유자가 공정하고 비차별적으로 특허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위반했는지 여부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프랜드 확약’ 위반

공정위는 2016년 퀄컴이 이동통신 기술에 대한 표준필수특허를 취득한 이후 FRAND 확약을 위반했다며 1조 300억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아울러 △불공정 거래관행 시정 △필요시 특허이용 기업과 퀄컴 간 사업계약 재협상 이행 등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이 독점력 있는 특허권을 행사해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에 특허권 계약 체결을 거절하거나, 칩셋 공급을 볼모로 휴대폰 업체에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을 강요했다는 게 공정위 측 판단이었다.

퀄컴은 이에 불복해 2017년 2월 서울고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 처분은 1심과 같은 효력을 지니고 있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곧바로 2심 기관인 서울고법에 제기해야한다. 또 퀄컴은 시정명령에 대한 효력정지 신청도 냈지만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 됐다.

2년여간 17차례 열린 변론에서 퀄컴의 행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공정위는 퀄컴이 LG, 화웨이 등 휴대전화 제조사를 상대로 자신들의 칩셋을 구매하지 않으면 특허권 사용을 못 하게 했고, 경쟁 칩셋 제조사인 인텔에는 아예 특허 제공을 하지 않았다며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퀄컴은 FRAND 확약을 위반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위반했다고 해도 (경쟁사와 휴대폰 제조업자들의) 상업활동을 방해했다는 핵심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모뎀칩셋은 FRAND 확약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내세웠다.

이 외에도 지난 5월 22일 미국 법원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퀄컴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FTC의 손을 들어준 것은 막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FTC는 퀄컴이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로열티를 받고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고 판단했고, 법원도 FTC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는 공정위와 퀄컴 간 소송과 유사한 측면으로, 공정위는 재판부에 FTC의 판결을 참고 자료로 제출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국퀄컴 사무실 모습.

◇국내외 IT 업계, 재판부 결론 주목

이번 소송의 결과는 1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과징금 외에도 한국 휴대폰 제조업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퀄컴이 패소할 경우 모뎀 칩셋을 제조하는 경쟁사에 특허 사용을 배제했던 행위와 퀄컴의 모뎀 칩셋을 안 쓰는 휴대폰 제조업자들에 특허 로열티를 차별적으로 부과하는 행위 등을 할 수 없게 된다. 국내 제조사들 입장에선 퀄컴에 납부하던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반대로 공정위가 패소할 경우 공정위 처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한편 삼성전자와 애플 등 유명 기업들이 이례적으로 공정위 측 보고참가인으로 참여하면서 화제가 됐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퀄컴과 라이선스 계약을 확대 체결하며 참여를 철회하는 등 구성원들의 변화가 있었다.

최종변론을 마치고 선고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 측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한 기업은 LG전자와 인텔, 미디어텍, 화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