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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아베 규탄 강제징용 피해자 "삼성엔 너무 미안···"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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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강제동원 문제 공동행동 주최 국제회의

생존 피해자 "개인이 해결 못 해, 정부 나서야"

중앙일보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 차없는 거리에서 국제평화행진 대학생 홍보단이 '우리가 역사의 증인입니다' 플래쉬몹을 하며 강제징용 피해자의 이야기가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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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힘들어진) 롯데고, 삼성이고 너무 미안해요. 그런데 나는 아베(총리)한테 사과는 받아야겠어.”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만난 강제징용 피해자 김정주(88) 할머니가 울먹이며 말했다. 이날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주최로 서울 조계사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해방 74년 강제동원 문제의 어제, 오늘, 내일’ 회의에서였다.

김 할머니는 13세 때 일본 도야마 후지코시 강재공업에서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다가 해방 이후 한국에 돌아왔다고 했다. 지난해 대법원에서 강제동원 피해가 확정된 김성주(90) 할머니의 동생으로, 현재 서울고법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상태다. 김 할머니는 ‘(일본 전범 기업의 자산 매각 등)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이행되기를 원하는지, 한국 정부의 추가 대책을 원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나는 아베(총리)의 사과를 원한다”고만 답했다.

강제징용 문제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는 김 할머니를 포함한 강제동원 피해 유족과 생존자, 원폭피해자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로 100여석 좌석이 꽉 들어찼다. 이들은 한국과 일본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사태는 한ㆍ일 정부의 공동 책임”이라는 것이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6월 한ㆍ일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른바 ‘1+1안’을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거부했고, 양국 정부 간 협의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 및 매각 등 지난해 대법원 판결에 따른 법적 절차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었다. 야노 히데키 일본 강제동원공동행동 사무국장은 “먼저 일본 기업에게 판결 수용을 촉구한다”면서도 “강제동원 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위해 일본에서 가고시마, 니시마츠 건설 등이 중국의 징용 피해자와 화해했던 사례(법적 배상금이 아닌 위로금 지급), 독일의 ‘기억ㆍ책임미래’ 재단의 사례를 참고해 피해자가 납득하고 기업도 수용하는 기금 방식을 검토해볼만 하다”고 지적했다.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인 김영화 할아버지도 이날 증언대에서 “식민지 약소국 국민으로서 당한 이 문제를 어떻게 개인이 해결하겠느냐”며 “일본 정부는 한국 사람들을 이용해서 이득을 봤기 때문에 보상을 해야 하고, 한국 정부와 국회는 그 권리를 찾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는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실태조사 한번 하지 않고 생존자들에게 한달에 6만 7000원 정도, 1년 80만원 의료비를 지급함으로써 국가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고령의 피해자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우리 외교부 장관이 일본 외무대신을 만나서 목소리를 한 번 내는 모습을 봤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행사 시작 전에는 '피해자의 대표성'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기도 했다. 행사 주최 측인 공동행동 등 피해자 지원 시민단체가 생존 피해자 및 가족, 유족 전체를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부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제징용 해법의 대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실제 피해자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이는 정부가 ‘로키 모드’로 일관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2005년 한ㆍ일 협정 문서 공개 민ㆍ관 공동위가 인정한 강제징용 피해자만 14만 8900여명이다. 전문가들이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는 한일 문제 이전에 국내 문제”(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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