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경제보복과 이에 따른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 소비자와 기업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그동안 자국 기업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해왔던 것과 정반대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수급 차질에 대한 염려와 함께 관련 제품 품절이 잇따르고 있으며 규슈와 오키나와 등에서는 전년 대비 여행 상품 예약이 90%나 떨어진 사례도 등장했다.
도쿄 대표적인 전자제품 상가인 아키하바라에서 D램 품절 등이 잇따르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14일 일제히 보도했다. 아키하바라 전자제품 매장 관계자가 "이처럼 품절이 많은 일은 매우 드물다"고 평가할 정도다. 물품이 부족해지면서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DDR4형 8기가 제품은 아키하바라에서 1세트(2개)가 한 달 전에 비해 10~20% 오른 8000~9000엔에 거래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다음 입고 일정도 미정인 상태라고 요미우리신문은 덧붙였다.
물품 부족과 가격 상승이 이뤄지는 것은 무엇보다 지난달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출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제품에 맞춰 컴퓨터 업그레이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물품 부족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도 D램 부족을 부추기고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이 지연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염려다. 아키하바라 전자제품 매장 관계자는 "가격이 더 오를 것 같다는 생각에 사재기를 하는 일도 있어 물품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규슈와 오키나와 등은 일본 여행 자제 직격탄을 맞았다. 오키나와 나하시의 노보텔은 오는 10월 한국인 관광객 예약 건수가 작년에 비해 90%나 줄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사카모토 노리토시 호텔 총지배인은 "(예약 감소가) 매우 쓰라린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지 여행사인 오키나와투어리스트는 한국 단체관광객 수주 규모가 8월에는 전년에 비해 80% 감소했고 9월에는 이 수치가 90%에 달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관광객 중 한국인이 47%를 차지했던 규슈 지역도 충격이 작지 않다. 후쿠오카의 한 대형 호텔은 7월 한국인들의 예약 취소가 30%나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규슈운수국에서는 이달 말 서울을 방문해 여행사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관광객 유치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제선 등 운항 중단이 장기화되면 규슈 경제 전체에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염려했다.
한편 한국 폄하 내용으로 물의를 일으킨 DHC TV는 14일 대표 명의 입장문을 통해 "인상만 갖고 비판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를 지적하라"고 주장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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