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이 컨트롤타워 부재와 근거 법령 미비, 노노갈등 심화 등 여파로 변질된 형태로 진행되면서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윤곽을 드러낸 사업 상당수가 '상생형'이 아닌 정부 주도의 '기업투자형'으로 이뤄지고 있고, 상생형 일자리 사업의 근거가 되는 관련법이 국회에서 수개월째 '낮잠'을 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련법이 통과되기 전까진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정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광주형, 울산형, 구미형 등 '상생형 일자리'라는 명목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곳은 지금까지 총 7곳에 달한다. 이들 중 정부의 '상생형 일자리 기준'을 충족한 곳은 이번주 법인 설립을 앞두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뿐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상생형 지역일자리에 대해 통상적인 기업 투자, 일자리 창출을 넘어 노사민정의 상생협약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한 사업모델로 규정했다. 세부적으로는 적정 근로조건(임금, 근로시간) 수용, 노사관계 안정, 생산성 향상 방안, 원하도급 개선, 고용안전 보장 등이 협약 내용에 포함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LG화학이 배터리 공장을 짓는 구미형 일자리나 현대모비스가 전기차 부품공장을 건설하는 울산형 일자리 등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노사가 서로 고통을 분담하고 지역사회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도 생략됐다. 지자체나 정부가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 공장만 짓는 '투자유치형 일자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 30여 개 지자체는 각 단체장들의 '업적' 사업 차원에서 우후죽순처럼 지역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추진되는 지역형 일자리 사업에서 전기차 산업에 중복 투자되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자체별 사업을 중간에서 조율하고 효율성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도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역형 일자리를 사실상 총괄해오던 정태호 일자리수석이 총선 출마를 이유로 청와대를 떠난 이후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다. 산업부를 비롯해 일자리위원회,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이 관여하고 있지만 뚜렷한 컨트롤타워는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난맥상이 나타난 데는 법적 근거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환경도 일조했다. 상생형 지역일자리에 대한 정부 지원의 법적 근거가 되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이 6개월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난 2월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 확산 방안'에서 약속한 상생형 지역일자리 심의회 구성과 일자리 사업 공모 착수 등 실행 계획이 줄줄이 무산됐다.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정부는 상생형 지역일자리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이 500억원을 투자하면 지방투자촉진보조금 명목으로 투자비의 24%인 12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었다.
김현철 군산대 교수는 "상생형 지역일자리를 위한 노사민정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사업 추진이 어렵다"며 "지역형 일자리 사업의 순기능을 키우고 효율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주 기자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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