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경직성과 높은 임금 수준, 기업 경시 풍토가 지역형 일자리의 걸림돌이에요." 국내 일자리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 중인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노사 상생 문화가 정착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재현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 환경의 가장 큰 취약점은 노동시장 경직성과 계속 증가하는 임금 체계에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며 "특히 강성 노조가 주도하는 산업 현장에 투자하는 기업은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업과 지자체가 상생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도 필요하다"며 "항구나 철도 기반이 좋은 지역은 물류 중심의 기업, 노동력이 풍부한 지역은 제조업, 기술과 아이디어가 많은 대학 주변은 기술 중심의 하이테크 산업과 연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를 안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노사 관계가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광주형 일자리 역시 노조가 만들어지면 기존 임금 문제로 노사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 상생형 지역 일자리의 가장 큰 변수는 노사 관계를 안정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추진되는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을 보면 기업은 해외가 아닌 국내에 공장을 짓고, 지자체는 용지를 제공하는 혜택을 주는 것 말고 무엇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전반적으로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 위원은 "기업 투자를 유치했다고 해서 상생형 지역 일자리가 완성됐다고 보지 않는다"며 "노사민정 협약 없이 기업 투자를 유치한 것이라고 해도 기업 투자 이후 법인 설립, 제품 양산 단계에서 지역 상황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사민정이 소통한다면 괜찮은 일자리 모델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희 금오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과 비슷했던 독일 아우토 5000프로젝트와 미국 GM 새턴 프로젝트는 자동차 업계 경기침체 등으로 임금을 삭감하고 고용을 창출했지만 실패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며 "지역형 일자리 모델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종을 선택하고 노사 상생의 합의를 계속 지켜나가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2001년 시작한 독일 아우토 5000프로젝트와 1983년 추진된 미국 GM 새턴 프로젝트는 해외로 이전한 자동차 공장을 자국으로 유인하기 위한 일자리 프로젝트다. 기존 공장 근로자보다 임금을 10~20% 삭감하고 고용 창출에 나선 사례로 광주형 일자리와 비슷한 형태였다. 하지만 공장 가동 이후 경영 악화 등으로 독일은 8년 만에 공장이 폭스바겐에 통폐합됐고 GM 공장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김현철 군산대 융합기술창업학과 교수는 "그동안 기업은 지방에 투자하면 공장만 지을 뿐 지역사회와 소통하지 않는 일이 대부분이었다"며 "오랜 기간 일자리 모델을 만들어온 광주처럼 지역사회와 기업이 창의적인 상생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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