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검거 대신 CCTV 통한 사후 추적·검거로 변화
"현장서 따돌려도 처벌 피하기 어려워져"
"게임 즐기는 10대, 과거와 달리 폭주에 흥미 잃어" 분석도
매년 광복절 새벽에 난폭운전으로 도로 위를 점령해 온 ‘광복절 폭주족'이 종적을 감추면서, 경찰의 ‘특별 단속'도 사라진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올해부터 '광복절 폭주족 특별 단속'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특별 단속을 벌였지만, 매년 검거 인원이 크게 줄어들면서 올해부터는 별도의 단속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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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3·1절과 광복절마다 ‘폭주족과의 전쟁'을 벌여왔다. 많게는 100여 명씩 무리 지어 다니는 폭주족은 도심 한복판에서 중앙선을 넘나드는 난폭운전으로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큰 위협이 됐다. 특히 한강공원, 여의도 국회의사당 등을 목적지로 삼아 집결하면서 주변 시민들에게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1990년대 초반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광복절 폭주 문화는 2000년대 절정을 맞아, 광복절 하루에만 1000명이 적발된 적도 있다. 특별 단속 기간이 되면 경찰은 경찰력 수천명과 순찰차 수백대를 동원, 집결지와 예상 경로를 원천 봉쇄하거나 특수 제작된 ‘폭주족 그물'을 도로에 설치해 이들을 검거해 왔다.
폭주족과 관련된 사건사고도 많았다. 1990년에는 대학생과 재수생 등으로 구성된 폭주족 모임인 ‘터보클럽’ 회원 4명이 20대 여성 회사원을 납치해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2000년 대 후반에는 폭주족들이 인터넷을 통해 조직화 되면서 ‘강남연합 최강폭주’ 등 지역단위의 클럽이 결성되기도 했다.이들은 행동수칙까지 만들어 조직적으로 활동했다. 이로 인해 2009년 4월 서울지방경찰청에는 ‘폭주족 전담수사팀’이 꾸려지기도 했다.
그래픽=송윤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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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0년 새 폭주족 수가 크게 줄면서 광복절 특별 단속이 사실상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서울 관내 공동위험 혐의 등 폭주행위 발생 건수는 123건에서 지난해 6건으로, 7년간 약 95% 이상 줄었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대규모 폭주는 거의 사라졌다. 경찰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광복절이 되면 폭주족들이 굉음을 내며 도심 속에서 ‘떼빙(떼 지어서 운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며 "사실상 광복절 폭주족이 종적을 감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찰은 폭주족이 사라진 이유로 "단속과 처벌이 강화되고 ‘폭주'의 인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에는 현장 검거 대신, 폐쇄회로(CC)TV 등을 이용해 증거를 확보한 뒤 사후 추적·검거하는 방식으로 폭주족을 단속하고 있다고 한다. 현장에서 경찰을 따돌려도 처벌을 피하긴 어려워진 셈이다. 폭주족 처벌기준도 강화됐다. 도로교통법상 ‘공동위험행위’에 대한 처벌이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에서, 2011년 2년 이하 징역, 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됐다.
온라인 게임과 소셜미디어(SNS) 등이 발달하면서 청소년이 ‘폭주'에 흥미를 잃게 된 점도 폭주족이 사라진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지석 전국이륜문화개선운동본부 회장은 "과거 10대들은 스트레스 방출 수단으로 폭주족 활동을 해왔지만, 지금은 스마트폰과 게임 등 다양한 놀이문화가 확산돼 폭주에 참여하는 인원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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