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중대본을 빙문해 브리핑을 듣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 청와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박근혜 정부에서 마지막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천영식 전 비서관이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한 박 전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을 공개했다. 이날 1심에서 세월호 관련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를 받던 김장수·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이 무죄를 선고받은 데 대한 소회 차원이다.
천 전 비서관은 “세월호 사고는 끔찍한 비극이었지만, 이를 박 전 대통령과 무리하게 연계시킨 것은 과하다고 본다”며 “2016년 말 어느 날, 당시 청와대에서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직접 들으면서 너무나 가슴 아팠고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다음은 천 전 비서관이 공개한 박 전 대통령의 발언 중 일부.
“세월호 당일이 수요일인데, 그날 몸 컨디션이 안 좋았습니다. 피곤해서 신OO 대위로부터 가글을 요청해 받았습니다. 목이 아파섭니다. 그날 아침에는 TV도 보지 않았습니다. 보고 서류 및 결재 서류가 쌓여있었습니다. 성격상 그걸 놔둘 수 없습니다.”
“아침에 보고를 받고 신속한 구조를 지시했습니다. 안보실장이 구조됐다고 보고해서 안심하고 TV를 봤습니다. 안도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오보라고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경호실에 준비를 지시했습니다.”
“중대본에서 구명조끼 발언한 것은, 서면 보고를 보면 구명조끼가 정원의 120%가량 보유하고 있다고 돼 있어, 처음에 괜찮겠구나 기억이 나서 한 말입니다.”
“머리는 짧게 손질하고 갔습니다. 편도가 부어있어 굉장히 안 좋은 날이었는데…. 나중에 밀회 등 보도 나오면서 굉장히 서글펐습니다. 비애감을 느낍니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싶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16년 12월 9일을 전후해 나왔다고 한다. 천 전 비서관은 1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그때 나를 포함해 두세 명이 대통령과 관저에서 만났는데, 탄핵사유에 세월호 문제가 들어가서 대응을 위해서라도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했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그날 하루 어떻게 생활하셨는지 직접 들어야겠다’고 요구했고 대통령이 그에 응답한 것”이라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처음엔 세월호 사건에 대해 말을 아꼈다고 한다. 천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은 밀회, 굿 같은 유언비어가 나오는 것 자체에 대단히 자존심이 상했다. ‘이런 지저분한 이야기까지 해명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컸다”며 “‘이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고 한다’고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안이 가결되기 전까지 세 차례에 걸친 대국민담화에서도 세월호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천 전 비서관은 “세월호 문제가 탄핵의 사유로까지 제기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의도적으로 일하지 않았다고 하는 지적에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느껴서 대응을 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천 전 비서관은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당일에 뭘 했는지 설명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으니, 차라리 관저를 공개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그러면 유언비어가 더 확산될 거 같아요"라며 거절했다는 게 천 전 비서관의 설명이다. 천 전 비서관은 “그땐 이미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어서, 의도가 선하다고 해도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생각하신 거 같다. 얼마나 괴로우면 저렇게 하실까 싶어서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