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논문은 ‘표절’ 한 단계 아래 ‘연구부적절’ 판단
서울대 "대부분 再인용 문제, 당시엔 기준 없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2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사직로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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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장관 후보자가 ‘표절 논란’에 휩싸인 논문은 알려진 것만 현재까지 약 20편이다. 모두 "표절은 아니다"라고 결론이 났다. 최근 조 후보자도 이에 대해 "이미 서울대 등에서 ‘무혐의’ 결정을 내린 사안이며, 다수 언론이 확인 보도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나 논란이 된 논문들 중 2편은 ‘연구부적절행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표절이나 날조에 해당하는 ‘연구부정행위’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이지만 엄연한 연구윤리 위반 행위다. 서울대 연구윤리지침에 따르면 연구부적절 행위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연구 결과를 과장하거나 축소하는 행위, 자기 연구 결과를 반복해 사용하는 행위, 부정행위를 묵인·방조·은폐하는 행위, 연구자료를 부당하게 확보·활용하는 행위, 연구윤리를 심각하게 벗어난 행위 등이라고 규정돼 있다.
조 후보자의 논문 표절 논란은 2013년 처음 불거졌다. 당시 조 후보자의 학술지 논문 12편이 표절 의혹을 받아 검증을 받았다. 그 해 말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진실위)는 본조사를 거쳐 "일부 자신 또는 타인의 문장을 출처 표시 없이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연구윤리지침을 위반한 것이 아니거나,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결론냈다. 이를 시작으로 같은 해 조 후보자의 석사 논문과 박사 논문도 표절 의혹을 받았다. 박사 논문의 경우 조 후보자가 버클리대 로스쿨 전문박사 과정에서 낸 논문이었는데, 버클리대가 "표절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고, (의혹은) 깜도 안 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989년 쓴 석사 논문 ‘소비에트 사회주의 법·형법이론의 형성과 전개에 관한 연구’는 문제가 됐다. 다른 논문 검증절차와 달리 조사만 2년 가까이 진행됐다.
2015년 6월 26일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의 석사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연구부적절행위가 일부 발견됐다”고 했다. /서울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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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진실위는 조 후보자가 석사 논문을 쓰면서 참고 문헌 6개를 부당하게 인용 및 활용했다고 판단했다. 진실위는 조 후보자가 김도균 서울대 법대 교수의 ‘파슈카니스 법이론에 대한 비판적 연구’(1986) 등 5개 문헌에서 15개 구절을 거의 똑같이 가져다 쓰면서 인용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또 알란 헌트(조성민 편역)가 쓴 ‘자본주의 국가와 법이론’(1987)에서도 똑같은 문장이 5군데 발견됐지만 이는 편역자가 조 후보자 자신이어서 표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조성민’은 당시 조 후보자의 가명이었던 것이다. 일종의 ‘자기 표절’에 대해 진실위 측은 "자신의 문장을 인용 표시 없이 중복해 사용했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연구부적절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대부분 ‘2차 문헌 표절’이라고 불리는 재인용 표절인 경우가 많았다. 재인용 표절은 원 문헌을 직접 인용하는 것이 아닌 이를 이미 인용한 2차 문헌의 내용을 가져다 쓰면서 마치 원 문헌을 직접 보고 쓴 것처럼 가장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조 후보자는 자신의 논문에서 소련의 마르크스주의 법학자 파슈카니스의 법이론을 설명하면서 김도균 교수가 앞서 썼던 논문(파슈카니스 법이론에 대한 비판적 연구)의 일부 문구를 그대로 옮겨다 놓고는 ‘마르크스’를 ‘맑스’로 고쳐놨다. 그리고 출처를 파슈카니스인 것처럼 적었다.
‘마르크스가 특히 「자본론」에서 보여주었던 법형태를 상품형태에 관련시키려는 노력, 엥겔스가 「反듀링론」에서 공식화하고 있는 평등원리와 가치법칙의 연계 등’ (김도균, 19p.)
‘맑스가 특히 『자본론』에서 보여주었던 법형태를 상품형태에 관련시키려는 노력, 엥겔스가 『반(反)듀링론』에서 공식화한 평등원리와 가치법칙의 연계 등’ (조국, 67p.)
진실위는 당시 조 후보자의 연구부적절행위에 대해 "대부분 역사적 기술로서 (조 후보자) 논문의 주요 요지나 학문적 독자성과 직접 관련이 없다"며 "당시에는 번역서의 (재)인용 등에 관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아서 2008년 제정된 본교 연구윤리지침을 1989년 논문에 소급 적용하기 어려워 연구윤리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후 잠잠해진 표절 논란은 그가 민정수석이 된 이후인 2017년 5월 언론을 통해 다시 불거졌다. 그러나 작년 8월 서울대 진실위는 의혹이 제기된 6개 논문 중 5개 논문은 "무혐의"라고 했다. 그러나 조 후보자가 2004년 말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총서에 실은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참여권’이란 논문은 1년 전 자신이 쓴 논문(피의자 신문시 변호인참여권 소고:송두율 교수 사건 관련 대법원 결정의 의의와 향후 과제) 일부를 베껴 역시 ‘연구부적절행위’ 지적을 받았다. 조 후보자는 당시 "논문 표절은 정말 근절돼야 하고 이를 위해 검증을 강화하는 것은 옳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은 학술적 목적이나 연구 진실성을 담보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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