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바탕에 전통 단청안료 확정
문화재청 "2020년 이후 공식 교체"
문화재청이 광화문 현판 재제작 과정에서 단청안료를 결정하기 위해 시범제작한 현판. 최신 고증자료를 바탕으로 검은 바탕에 금박 글씨로 했다. 실제 제작 땐 '영건일기'를 통해 제기된 동판 부착도 적용된다. [사진 문화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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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 바탕은 검정색, ‘광화문(光化門)’ 글자는 동판 위에 금박, 단청안료는 전통소재로.
이르면 내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새롭게 바뀐 광화문 현판을 만나게 된다. 문화재청이 14일 문화재위원회 보고를 거쳐 9년을 끌어온 현판의 제작 방식과 소재를 최종 결정하면서다.
현재의 ‘흰색 바탕 검은 글씨’를 ‘검은 바탕 금박 글씨’로 바꾸는 건 지난해 1월 확정됐다. 이번에 결정된 건 현판에 사용할 단청안료와 글자마감(동판 위 금박) 방식이다.
먼저 안료는 전통소재를 쓰기로 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올 4월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시범단청을 시도한 결과 전통과 현대 안료 둘 다 성능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전통소재 안료 중 주홍색과 황색은 현대소재에 비하여 변색‧탈색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나 주기적으로 점검‧유지·보수한다는 계획이다.
글자 마감은 지난해 말 제기된 ‘동판 부착’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궁궐 조성 과정을 상세히 적은 기록물인 『경복궁 영건일기』(1902)에 나온 '묵질금자'(墨質金字)라는 문구를 근거로 한다. 앞서 학계에선 “경복궁 정전인 근정전은 나무판에 글자를 새기고 글자와 같은 형태의 동판을 덧댄 것으로 보이는데, 광화문도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동판으로 글자를 실제 만들 수 있는지 시범제작을 했다. 두석장(국가무형문화재 제64호, 가구에 덧대는 금속장식을 만드는 장인) 보유자 박문열씨가 문화재수리기능자 박갑용(도금공)씨와 함께 했다. 현재까지 궁궐 현판에 동판을 사용하여 마감한 사례는 경복궁 근정전과 덕수궁 중화전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의 광화문 현판.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다. 문화재청은 경복궁이 다시 지어진 1860년대에 제작된 광화문 현판의 색상이 새롭게 고증됨에 따라 이를 검은색 바탕에 금박 글씨로 바꾼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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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문화재계의 뜨거운 논란거리였던 광화문 현판 문제가 9년 만에 마무리됐다. 이 논란은 2010년 광복절 광화문 복원에 맞춰 내건 현판에서 몇 개월 만에 균열이 일어나면서 시작됐다. 문화재청이 교체로 가닥을 잡자 글씨를 한글과 한자 중 무엇으로 할지, 서체는 어떻게 할지 등을 놓고 각계 의견이 쏟아졌다.
문화재청은 현판 재제작을 위한 재제작위원회와 색상 관련 자문위원회 등을 꾸려 총 20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또 연구 용역을 통해 현판 규격과 글자 크기, 색상, 글자 마감(동판 위 금박) 등의 고증과 시공 방안을 검토해 왔다.
먼저 2012년 12월엔 고종 중건 당시 모습대로 조선 후기 훈련대장 임태영이 한자로 쓴 글씨를 새기기로 결정했다. 색상 역시 기존대로 흰색 바탕에 검정 글씨로 한다는 방침이 2014년 6월 확정됐다.
미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소장한 1893년 이전 광화문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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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16년 이후 새로운 사료들이 잇따라 알려졌다. 결정적으로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소장 흑백사진(1893년)을 근거로 검정 바탕이 옳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문화재청은 원점에서 정밀분석을 거쳐 검정 바탕에 금박 글씨로 바꾼다고 지난해 1월 발표했다. 이후 『영건일기』를 근거로 동판 부착이 제기됐고 원형 고증을 통해 이번에 최종 확정했다.
광화문 현판은 이미 글자 새기는 작업까지는 마친 상태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결정한 안료와 색으로 현판을 칠하는 작업을 하반기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현판을 거는 시기는 광화문광장 재조성과 맞물려 2020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광화문 새 현판 글씨 샘플 제작 과정.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사진 문화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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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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