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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기재부로 간 '王차관' 김용범…"정책 조율에 힘 실릴 것"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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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 넘게 공석 상태였던 기획재정부 1차관에 김용범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행정고시 30회)이 임명됐다.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등으로 불안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통(通)’인 김 전 부위원장을 기재부 1차관에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1차관은 거시경제·국제금융·조세·대외경제협력 등에 관련된 정책 수립을 직접 챙긴다. 정부 경제정책 수립을 실무적으로 책임지는 자리여서 장관급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자리에 김 차관을 앉힌 것은 당분간 ‘금융시장 안정’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챙기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대표적인 금융통 경제 관료로서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G20정상회의준비위 국제금융국장,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및 부위원장을 역임했다"면서 "축적된 전문성과 업무추진력을 바탕으로 국내외의 복잡한 경제 이슈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우리경제의 활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조선비즈

김용범 신임 기재부 1차관. /조선DB



광주 대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용범 차관은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정통 재무관료로서 이력을 쌓았다.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부위원장 등 금융정책 핵심 직위를 모두 거쳤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제기구인 세계은행(WB) 이코노미스트로 5년 가량 근무한 경력도 있어 국제금융시장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도 듣는다.

세종시 관가에서는 행정고시 30회인 김용범 차관의 임명에 대해 ‘왕()차관의 세종시행()’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경제정책 수립과 조율 과정에서 김 차관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차관은 금융위 부위원장 재임시부터 몇몇 부처의 장관급 직위에 하마평을 올릴 정도로 중량급 인사로 손꼽힌다. 김 차관은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수장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장관급 인사를 기재부 1차관에 전진배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행시 기수만 놓고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행시 29회)에 비해 불과 한 기수 차이에 불과하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각각 행시 32회)보다는 두 기수 선배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행시 30회)가 동기이고, 다른 부처 차관들은 모두 김 차관에 비해 행시 기수가 3~4회 낮다.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이력과 호남 출신으로 현 정부 코드와 맞는 김 차관이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기재부의 권한 행사에 큰 힘을 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 부총리 등 현재 기재부 수뇌진이 금융·거시경제 정책 경험이 적은 경제기획원(EPB) 출신 예산통 일색이라는 점도 이번 인선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시·금융정책 측면의 전문 역량을 강화했다는 얘기다.

다만 금융 이외의 부문에서 경력이 거의 없다는 점은 한계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1차관은 조세정책을 담당한다. 또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 조정권 행사 등을 보좌하는 위치에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통상 정책, 국토교통부의 부동산정책 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 국토부와 엇박자 논란이 일어났던 분양가상한제 확대 등이 1차관이 조정해야 하는 임무 중 하나다. 경기활성화, 혁신성장, 규제혁신 등도 1차관이 실무를 주도한다. 이 때문에 금융정책이라는 한정된 영역에서 이력을 쌓은 김 차관이 광범위한 1차관 업무 영역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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