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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굿즈, 만화, 사전으로…“알려지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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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에 등록된 여성독립운동가 432명…불과 2.8% 수준

“인터넷서도 관련 자료 찾기 어려워…다양한 활동 알리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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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은 일제강점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날이다. 정부는 그동안 다양한 사업을 통해 독립운동가를 발굴해왔지만, 남성에 견줘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역사적 조명과 평가는 부족했다. 실제 훈장을 받아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여성 독립운동가는 7월 현재 434명으로, 전체 1만5511명의 2.8%에 불과한 수준이다. 3·1 운동 100주년, 광복 74주년을 맞아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고 알리는 사람들이 있다.



■대학생 동아리 ‘새라’ “가방 등 굿즈로 기억하자”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이야기가 가벼운 블로그에도 없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어요”

대학생 동아리 ‘새라’는 지난해 3월부터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기념품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동아리라고 해야 대표인 이규미(26)씨를 비롯해, 유혜진(23), 이은솔(24)씨가 전부다. 이씨 등은 대학생 연합 봉사동아리에서 독립운동가 후손을 돕는 일을 하며 자연스럽게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들은 ‘매일매일 기억하기 위해서’ 굿즈로 가방 등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독립운동가를 알리는 건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일상 속에서 매일 들고 다니는 제품을 만들어서, 매일 기억하자는 의미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 등은 앞서 지난해 4월 일상적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카드지갑을 만들어 판매해 2000만원의 순수익이 냈고, 절반인 1000만원을 한국 여성독립운동연구소에 기부했다. 지난 6월부터는 제주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기 위해 에코백을 판매하고 있다. 에코백 안쪽에는 독립운동가를 상징하는 한복 원단 가운데 제주도를 상징하는 푸른색 천이 덧대져 있다.

디자인·패션과는 무관한 경영학과·전자공학을 전공한 3명이 에코백 등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취업 준비가 한창이어야 할 나이에 이씨 등은 영어학원 대신 방산시장을 돌아다녔다. “지난 2월엔 제작업체를 잘못 만나 가방이 흐물거려서 도저히 팔 수가 없어요. 150개 가운데 60개는 환불하고, 나머지 90개는 틈틈이 공장을 찾아가 밤새 직접 다림질을 해야했어요”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한 건 사람들의 응원과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열정이었다. 이씨는 남자현·안경신 선생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리는 남자현 선생은, 만주일대에서 여자교육회를 설립해 여성 구국의식을 높이고 1920년 8월 국치 기념대회에서 독립운동가의 단합을 호소하며 엄지손가락으로 장문의 혈서를 쓴 인물이다. 안경신 선생은 1920년 8월 미국 상하의원단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독립 의지를 세계에 호소하기 위해 임신 7개월의 몸으로 폭탄을 던지다 체포됐으며, 아이를 출산한 지 12일째 되는 날 사형을 구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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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작가, 웹툰으로 여성독립운동가 소개

“여성 독립운동은 3·1운동에 멈춰 있어요. 유관순 열사처럼 꽃다운 여학생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정도에 머물러 있는 거죠.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이 정말 다양하거든요. 그걸 알리고 싶었어요”

삼성 백혈병 이야기를 다룬 만화 <먼지 없는 방>의 김성희 작가는 경기도 성남시에서 진행하는 ‘독립운동가 웹툰 프로젝트’에 참여해 여성 독립운동가 ‘김마리아’의 일생과 업적을 만화로 그려냈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선조들의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추진된 이 프로젝트는, 독립운동가 33인의 삶을 다루고 있다. 33인에는 김마리아 열사 등 9명의 여성 독립운동가가 포함돼 있으며, 김 열사의 이야기는 지난 8일부터 다음에 연재되고 있다.

가장 어려웠던 작업은 자료 수집이었다. “남성 독립운동가들은 어디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록이 있는데, 여성은 활동 영역이 컸음에도 어디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 등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어요” 여성들의 활동이 적었기 때문이 아니라 되레 ‘비밀스러운 작업’이 많았던 탓이다. 김 작가는 “여성운동가들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감시가 적어 자금을 운반하는 역할 등을 맡았다”며 ”역할이 매우 컸지만, 대상이 누구인지는 자료도 거의 없고 발굴도 되지 않은 상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1919년 2월 일본 동경에서 전개된 ‘2·8 독립선언’에 참석한 뒤 독립선언문을 비밀리에 숨겨오다 체포된 김마리아 열사다. 김 열사는 여성독립운동 단체 ‘대한애국부인회’ 회장을 맡아 전국적으로 조직의 규모를 확대하고, 1922년 여성 최초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입법기관인 임시의정원의 황해도 의원을 맡기도 했다. 1928년 미국 뉴욕에서 여성 항일단체 ‘근화회’를 만들어 상해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1919년 만세운동 뒤 일본의 압박으로 국내 독립운동이 크게 와해됐는데, 그 와중에 국내에서 여성조직을 이끌었던 김 열사의 삶을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며 “김 열사가 여성 지도자로서 보여줬던 정세 판단력과 조직력, 강인함과 굳건함을 웹툰에서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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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독립운동가 100인 사전 발간

“조각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모으고, 독립운동사에서 이들의 정확한 위치를 잡아주는 역할이 후세대의 역할이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연구하고 사전을 펴낸 이도 있다. 2016년 15회 유관순상을 수상한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장이다. 심 소장은 그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2일 여성독립운동가 100인의 일생과 활동, 사진 등이 담긴 ‘여성독립운동가 사전’을 발간했다.

심 소장은 1919년 세 아이의 엄마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딸을 안고 만세운동에 참여했던 ‘이애라 선생’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 선생은 만세운동 중 일본 경찰의 불심검문을 당했고, 체포 과정에서 등에 업혀있던 아이가 내동댕이쳐져 그 자리에서 숨졌다. 심 소장은 “그 시대에 여성이 독립운동가로서 사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그들은 목숨을 걸고 투쟁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심 소장은 이어 “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에서 배우 전지현씨가 조력자가 아닌 ‘투사’로서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잘 표현해줬다”며 “그동안 깰 수 없었던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틀을 영화가, 문화가 깼다”고 덧붙였다. 심 소장은 앞으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자료를 문화제로 등록시키는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글·사진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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