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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파생상품 손실 논란’ 일파만파…비상 걸린 시중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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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금융감독원.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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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독일·영국 금리와 연계된 파생금융상품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제기되자 시중은행에 비상이 걸렸다. 소비자들이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가운데 금융감독원도 실태 점검에 착수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해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최근 대책반을 꾸려 파생결합펀드(DLF)의 동향을 점검하는 한편 영업점의 소비자 응대 등을 지원 중이다. 이들이 판매한 독일-영국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의 규모가 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돼 각 은행은 여론의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와 연동한 상품으로 논란이 됐다. 해당 펀드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기준치인 ‘–0.2%’ 아래로 내려가지만 않는다면 4∼5%의 수익이 나는 구조다. 다만 금리가 –0.3% 이하일 경우 원금의 20%, -0.4% 이하는 40%, -0.5% 이하 60%, -0.6% 이하는 80% 등의 손실이 나며 –0.7%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다.

우리은행이 이 상품을 판매할 당시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기준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3월1일 0.1863%에서 5월31일 –0.1998%로 내려가는 등 차츰 하락세를 보였고 6월부터는 원금 손실 구간에 돌입했다. 전날인 13일엔 이 금리가 장중 –0.6135%까지 떨어져 현 수준에서 만기가 돌아온다면 원금의 80%를 잃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부터 2개월간 약 1250억원 규모의 상품을 판매했으며 대부분 만기가 4~6개월로 짧아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KEB하나은행도 같은 이유로 고심에 빠졌다. 이 은행이 취급한 상품은 미국 국채 5년물 금리와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일 때 조기상환되거나 만기상환되는 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구조도 비슷하다. 배리어(barrier) 60% 상품을 보면 만기 때 기초자산의 금리가 가입 시 금리의 60%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3∼5% 수익을 받고 60% 아래로 떨어지면 떨어진 만큼 손실을 보는 형태를 띠고 있다. 가령 금리가 가입 시 금리의 59%가 됐다면 41%의 손실을 입는 셈이다.

현재 KEB하나은행의 판매 잔액은 3900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이들 상품의 만기는 1년 또는 1년6개월이라 일부는 조만간 만기가 돌아온다.

이에 일부 소비자는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 준비에 나서는 한편 금감원에도 분쟁조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역시 소비자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은행권 전체의 금리연계형 DLS 판매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대대적인 현장 검사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동안 파생금융상품을 둘러싼 후폭풍이 금융권 전반을 휩쓸고 지나갈 전망이다.

이번 사태의 최대 쟁점은 은행이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위험성을 제대로 알렸느냐다. 각 은행에선 원금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했다는 입장이나 상품 자체가 복잡해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선진국인 영국과 독일 금리를 앞세운 탓에 소비자가 충분히 오인할 수 있었다는 이유다.

이에 일각에선 은행이 도의적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을 조심스렇게 내놓고 있다. 고위험 상품을 판매한 것은 물론 다른 상품에 비해 만기가 짧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부분으로 지목된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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