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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굿즈 만들어 기부…근로정신대 할머니 곁에 선 광주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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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여고 학생들 ‘근로정신대 배치’ 제작

개당 3천원인데, 판매 20분만에 매진 돼

역사동아리 학생들, 양금덕 할머니 만나기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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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명진여자고등학교 3학년 박상미(18)양은 지난 1월 중순께 ‘근로정신대 배지’를 만들어서 판매하자고 학생회에 제안했다. 또래 학생들에게 근로정신대 피해를 알리고 피해자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서라고 했다. 박양의 제안에 학생회는 흔쾌히 배지 제작에 나섰고, 공모를 통해 한복 저고리에 꽃이 달린 모양의 어른 손톱만 한 배지 디자인을 채택했다. 같은 3학년 윤주현(18)양이 판매와 모금을 주도했다. 지난 5월20일 배지는 200개가량 제작됐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판매했다. 개당 3천원인데, 판매 20분 만에 매진됐다. 명진여고 학생회는 수익금 전액을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에 전달했다.

일본이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에 불복해 경제보복을 이어가면서 강제동원과 근로정신대 피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근로정신대 피해를 알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광주 청소년들의 노력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박양은 “중학교 때 인권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근로정신대 문제를 알았는데, 할머니들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마음이 아팠다”며 “할머니들은 고된 노동을 하며 동료 손가락이 잘려나가도 관심도 못 준 채 일만 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가 마음에 계속 남는다”고 말했다. 윤양은 “이번 기부를 계기로 많은 이들이 할머니들이 일본에서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알았으면 좋겠다”며 “일본이 강제동원 배상판결에 응하진 않고 경제보복을 하는 걸 보니 더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고 말했다.

전라남도 화순군에 있는 능주고등학교 역사동아리 학생 10여명은 강제동원과 근로정신대 피해를 피해자들에게 직접 들어 몸소 배우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7일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88) 할머니를 찾아가 양 할머니의 10대 시절 피해담을 경청했다. 이양진(39) 능주고 역사동아리 담당 교사는 “학생들이 강제징용이나 근로정신대에 동원된 피해를 공부하고 싶다고 먼저 요청해 양 할머니와 만나는 프로그램을 짜게 됐다”고 말했다.

명진여고와 능주고 외에도 광주지역 청소년들은 시민모임과 연계해 근로정신대를 주제로 한 사진 전시를 하거나 응원 팔찌 판매금 등을 기부하는 등 근로정신대 피해를 배우고 알리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정은 시민모임 국장은 14일 “시민모임이 광주에 있고 광주교육청 등과 연계해 역사 강의 등을 하다 보니, 광주지역 학생들이 근로정신대 문제를 접할 기회가 보다 많았다”며 “말없이 기부금을 모아와 건네는 등 근로정신대 문제가 알려지는 데 광주 청소년들이 많은 활약을 했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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