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일에서 12월15일로 연기
휴대전화·노트북·장난감·신발 등
미 주가 하락 등 국내요인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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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부과를 애초 9월1일에서 12월15일로 연기하겠다고 발표하자 뉴욕과 중국 증시가 오름세를 보이는 등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번 결정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근본적 태도 변화라기보다는 미국 소비자 피해 우려 등 국내적 요인이 크게 작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가 특정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관세부과 시점을 3개월 여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13일, 최근 하락세를 보여온 뉴욕증시는 반등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1.44%(372.54포인트) 올랐고, 애플은 전날보다 4.23% 오른 208.97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중국 증시도 현지시각 14일 상하이종합지수 등이 전날보다 상승세를 타며 장을 마감했다.
앞서 미 무역대표부는 이날 오전 성명을 내어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부과를 오는 12월15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대상 품목은 휴대전화, 노트북(랩톱), 유모차, 비디오게임 콘솔, 피시 모니터 등이며 일부 장난감, 신발, 의류도 포함된다. 무역대표부는 또 “특정 품목들은 건강, 안전, 국가안보 및 기타 요인에 근거해 관세 대상 목록에서 제외된다”며 10%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표는 미국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 및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중국의 류허 부총리가 통화한 직후 나왔다. 앞서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9월1일부터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나,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부과 연기 결정은 연말 쇼핑 시즌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12월15일 이후에도 추가로 연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며 “우리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해서 하는 거다. 만에 하나 관세 일부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경우에 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미 경쟁기업연구소의 라이언 영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생산자들이 아닌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를 부담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며 “관세는 중국이 부담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는 연말 경기 외에도 최근 지속된 증시 하락세도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이 사안에 밝은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미국의 수입업자들이 관세 부담을 자신들이 감수하거나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불평해온 점도 고려 요소가 됐다.
이처럼 관세부과 연기 결정은 미국 내부 사정에 따른 잠정적 대응 성격이 강해, 미-중 무역협상 자체에 청신호로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번 조처는 중국에 ‘올리브 가지’(유화적 조처)를 내미는 걸로 비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중 협상단은 앞으로 2주 뒤 전화협의를 다시 하기로 했으며, 9월에는 워싱턴에서 대면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의 구조적 변화 요구를 계속 거부하면 “협상은 아무 데도 못 간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그들(중국)은 정말로 합의를 하고 싶어 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그는 “그들은 수차례에 걸쳐 (미국) 농산물을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지금까지 그들은 나를 실망시켜왔다”고 주장했다.
중국도 결기를 늦추지 않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류허 부총리가 미국 쪽과 13일 통화에서 미국의 ‘9월1일 10% 추가 관세부과’ 계획에 “엄중한 항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미국이 관세를 연기한 것은 최대압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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