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 참석차 방한 메구미씨
소녀상 배지 등 달고 다니며 홍보… “비극 반복 안하려면 역사 기억해야”
일본인 수화 통역가 기타무라 메구미 씨가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목걸이와 배지를 들어 보였다. 기타무라 씨는 위안부 웹진을 번역해 공유하는 등 10여 년간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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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저고리를 입은 단발머리 소녀와 노랑나비, 보라색 난꽃….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만난 일본인 수화(手話) 통역가 기타무라 메구미 씨(47·여)의 가방엔 배지 20여 개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것들이었다. 기타무라 씨는 서툰 한국어로 “배지를 보면 ‘귀엽다’며 말을 거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면 저는 ‘이게 바로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겁니다’라고 설명해줘요. 그런 식으로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늘 (배지를) 가지고 다녀요”라고 말했다.
기타무라 씨는 13일 서울대 여성연구소 주최로 서울시청에서 열리는 위안부 피해자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12일 한국에 왔다. 14일엔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1400회 수요집회와 위안부 기림일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의 이번 방한 일정은 위안부 관련 행사로 가득 차 있다.
기타무라 씨가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4년경 한 한국인 청각장애인과의 만남이다. 이 청각장애인이 일본 수화 언어를 능숙하게 쓰는 건 식민지배를 겪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한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어를 독학으로 익히며 역사 강연회 등 관련 행사를 찾아다니다가 위안부 문제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1)가 히로시마를 방문했을 땐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기타무라 씨는 “당시 이 할머니가 건강해 보이기는 했지만 이전에 다른 문헌에서 본 할머니의 피해 경험이 떠올라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기타무라 씨는 여성가족부 산하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연구소’가 찾으려고 애써왔던 ‘이름 모를 일본인’이기도 하다. 연구소는 올해 3월 발간한 위안부 웹진 ‘결’을 연내에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옮기기로 하고 해외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위안부 관련 기사를 직접 번역해 게재하는 일본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바로 기타무라 씨가 번역한 것이었다. 그는 “위안부는 전쟁 성폭력이지만 (보편적인) 여성인권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번역 작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기타무라 씨는 최근 한일 관계가 나빠진 것을 걱정했다.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한 기사에 ‘악플’을 다는 누리꾼은 물론이고, 매달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위안부 관련 강연회에 나타나 ‘위안부는 거짓말’이라고 외치는 일본인도 생겼다는 것이다. 기타무라 씨는 “진실을 모르는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기분이 든다”며 “일본 정부가 식민역사를 인정하고 사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어 단어를 꼽아달라고 부탁하자 기타무라 씨는 한 손을 들어 관자놀이 근처에서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기억’을 의미하는 수화 언어다. 이 수화 언어는 한국과 일본이 똑같다고 한다. 기타무라 씨가 덧붙였다. “역사를 기억해야 해요.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돼요.”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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