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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트럼프는 음모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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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혐의 ‘절친’ 죽음 배후로 클린턴 암시 영상 리트윗

자신과의 친분에 쏠릴 관심 선제적 차단…비판여론 커져

경향신문

음모론 아니면 가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론전략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수감됐던 억만장자 절친 제프리 엡스타인이 지난 10일(현지시간)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죽음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관여했을 수 있다는 음모론을 퍼뜨리면서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11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대통령은 모든 것이 조사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비판여론은 커지는 모양새다.

CNN은 트럼프를 두고 ‘음모론자들의 우두머리’라고 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사망 배후에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있음을 암시한 영상을 리트윗한 후 이날 오후까지 이 영상 조회 수는 470만이 넘었다. 보수 성향 코미디언 테런스 윌리엄스가 제작한 1분30초짜리 영상은 “엡스타인은 빌 클린턴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었고 이제 그는 죽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 영상을 리트윗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리트윗 덕분에 영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엡스타인의 친분에 시선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클린턴 전 대통령을 등장시킨 음모론을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2년 뉴욕매거진 인터뷰에서 “정말 멋진 녀석”이라면서 “엡스타인은 심지어 나만큼 미녀를 좋아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 미녀들은 대부분 나이가 어리다”고 했다. 1992년 개인별장에서 엡스타인과 파티를 하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여론이 불리할 때마다 음모론을 즐겨 써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미국 바깥 출생설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2012년 트위터에 “아주 믿을 만한 사람이 오바마의 출생증명은 가짜라고 알려줬다”고 썼다. 속지주의를 택하는 미국에서 오바마가 대통령 출마 자격이 없었다고 주장한 셈이다.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 때는 경쟁 상대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아버지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에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비판하는 보도들은 가짜뉴스 프레임에 옭아맸다. 2016년 대선 때 러시아 개입 여부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이 새로운 수사 결과를 내놓을 때마다 ‘마녀사냥’이라고 몰아갔던 것이 대표적이다. 기후변화를 두고는 “중국이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빼앗아가려고 지어낸 거짓말”이라고 했다.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환경규제 완화, 온난화 부인 등 기후변화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취한 것에 대한 비판여론이 커지자 ‘기후변화=거짓말’로 대응한 것이다.

비판여론은 커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주자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은 “대통령은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정적을 공격하고 있다”며 “기이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일 월마트 총기난사가 발생한 텍사스주 엘패소 출신인 오로크 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잇단 총격 참사 책임론과 총기규제 여론으로부터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음모론을 이용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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