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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분양가 당정협의 끝나자 보도자료…與일부 "당이 들러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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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서 '당정 협의' 종료 10여분 뒤 국토부에서 '분양가 상한제' 보도자료 배포
민주당 일부 "이렇게 손발이 안맞아서야..."

정부는 12일 오전 서울·과천·분당 등 전국 31곳 투기과열지구의 민간 택지에 짓는 아파트에 대해 오는 10월부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발표에 앞서 당·정(黨·政) 협의를 가졌다. 정부가 준비한 대책에 대해 여당 국토위원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반영할 부분은 반영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날 오전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 협의가 끝난 지 10여분 만에 정부 부처 쪽에서 미리 준비해둔 보도자료가 배포되면서 민주당 내에서 "황당하다" "우리가 들러리냐"는 반응이 나왔다. 일부 여당 의원은 "정부가 이렇게 당과 손발이 안 맞아서야⋯"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12일 오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논의하는 당정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윤관석 간사(오른쪽 두번째) 등과 의원회관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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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당은 통상 대형 정책 발표를 앞두고시 당정 협의를 갖는다. 정부 정책이 민심에 몰고 올 파장에 대해 유권자의 표심에 민감한 의원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할 부분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과거 여당에 몸담았던 야당의 한 정책위 관계자는 "당정 관계라 해도 사실상 정부가 만들어 놓은 정책 자료를 한번 열람한 뒤에 의원들 발언을 돌아가면서 죽 듣고 나서, 정부가 만들어온 정책을 그대로 동의해주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정부 정책 발표는 당정 회의 후 길게는 하루, 짧게는 반나절 정도 시간을 둬서 형식으로나마 의원들 '체면'을 살려주는 게 관행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과 정부의 당정 협의는 이런 모양새를 갖추지도 않아 당 일부에서 "정부가 당을 거수기로 아느냐"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 회의는 오전 8시에 시작해 9시 17분쯤 끝났다. 이어 13분 뒤인 오전 9시 30분에 국토교통부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분양가 상한제 정부 발표가 보도된 시점은 이날 오전 11시였는데, 이에 앞서 부처 기자단이 정부의 '엠바고(보도 유예)'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자료는 보도 시점보다 1시간30분 앞서 미리 받은 것이다.

그런데 기자들에게 당정협의회 직후 보도자료가 배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정 협의에 참석했던 여당 국토위원들이 '들러리'가 되는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주변에 "정부가 당의 입장을 조금 더 배려하는 형식으로 발표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실제 이날 당정 협의에서 "시장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일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정부 발표가 있고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충격으로 인해 공급이 감소할 경우 집값이 오히려 상승하거나, 일부 지역에서 전세가가 상승하는 부작용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다만 한 민주당 의원은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의 특성상, 정부가 당정 협의 후 뜸을 들였다가 발표하기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당정은 지난 7~8일 중 협의를 가지려 했지만 일본 경제 보복 대응 이슈 등이 불거지면서 회의를 이날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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