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억만장자 엡스타인 숨진 교도소, 교도관들이 감시 규정 안 지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14세 소녀 등 미성년자 20여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수감된 미국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사진)의 극단적인 선택에는 교도관 인력 부족으로 인한 감독 부주의가 원인이 됐다고 11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와 AP 등이 보도했다.

이날 NYT는 익명을 요구한 한 사법당국 관계자 말은 인용, 엡스타인이 수감됐던 특별감옥인 뉴욕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의 교도관들이 30분마다 그의 상태를 점검해야 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전했다. 엡스타인이 극단적인 시도를 하기 전 이를 막을 수 있는 규정과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NYT는 또 엡스타인의 감방 동료가 9일 다른 곳으로 이감을 간 뒤 10일에는 엡스타인이 감방에 혼자 있었다고 했다. 두 소식통은 NYT에 교도소 측이 엡스타인의 독방을 허락했으며 이는 교도소 수감 절차를 위반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원래 법무부 규정에 따르면 엡스타인에겐 반드시 룸메이트가 있어야 하고 교도관이 30분마다 상태도 감시하게 돼 있었다. 지난달 26일에도 엡스타인이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AP는 내부제보자의 말을 인용, 교도관들은 인력부족으로 인해 당일 극심한 초과근무로 엡스타인의 자살을 막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사망 전 교도소 내 ‘특별 입소자 구역’이라는 감시가 엄중한 시설 안에 구금돼 있었다. 이곳은 유명인사 재소자가 일반범과 격리, 수용되는 곳이다. 최근까지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이 수감됐던 곳이다.

엡스타인은 지난 10일 오전 7시 30분쯤 교도소 독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송됐을 땐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등 유력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억만장자 엡스타인은 2002∼2005년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미성년자 20여명을 상대로 성매매한 혐의로 지난달 6일 뉴욕남부지검에 기소됐다. 이후 성매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최고 45년에 달하는 징역형이 예상됐다.

그는 2008년에도 최소 36명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처했지만, 검사와의 감형 협상(플리바게닝) 끝에 불기소 처분을 받고 풀려나 논란이 됐다. 당시 협상에 관여한 검사 중 한 명이 트럼프 행정부의 노동부 장관이었던 알렉산더 어코스타였다. 논란이 일자 그는 지난달 12일 결국 사임했다.

[이다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