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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한일관계 밝히는 미래세대] ② 정부는 대립해도 "우린 만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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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민들 '한국 좋아요' SNS 해시태그…한국, '일본 좋아요' 화답

양국관계 경색에도 청년 교류 잇따라…"민간 교류는 계속돼야"

"청년세대,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교류에 적극적…상호이해 태도 강해"

연합뉴스

SNS에 올라온 '좋아요' 해시태그
[인스타그램 캡처]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김철선 기자 = '#좋아요_한국', '#좋아요_일본'.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로 한일 정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지만, 양국 청년들은 새로운 한일 관계를 꿈꾸며 만남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처 이후 양국 간에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온라인에서 등장한 '#좋아요' 해시태그 캠페인은 민간 영역의 우호적 관계 유지 노력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한국인이 친절하고, 한국 여행이 좋다며 일본 젊은이들이 먼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좋아요_한국' 해시태그를 달자, 한국 청년들도 '#좋아요_일본' 해시태그로 화답했다.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에서는 일본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연일 나오지만, 많은 청년이 "이럴 때일수록 만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대학가와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한일 대학생들은 양국 정부의 경색된 분위기에서도 다양한 행사에 함께 참여하며 끈끈한 유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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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성신학생통신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참가자 박민아씨 제공]



고려대 학생들은 지난 4∼7일 일본 히로시마현에서 일본 대학생들과 교류 행사인 '한일 성신학생통신사'에 참여했다.

고려대생 10명과 와세다대 학생 7명, 히로시마경제대 학생 2명은 히로시마 평화공원 등에서 열린 한국인 피폭자 위령제와 평화 기원식에 참석해 불행했던 양국 과거사를 공유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열어갈 방안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행사에 참여한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3학년 박민아(24)씨는 "임진왜란 이후 조선통신사를 통해 한일 관계가 회복됐다"며 "이런 시국일수록 일본인들과 직접 대화를 나눠보고 어떻게 하면 화해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문화적 측면에서 양국 간 교류는 계속 이어질 필요가 있다"며 "이웃 국가와 외교적, 문화적으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달 18∼23일 부산에서는 한일 대학생들이 함께 모여 인권 문제 등을 토론하는 '동아시아대학생 평화인권캠프'가 열린다. 2002년부터 시작된 인권캠프는 현재까지 30여차례 개최됐다.

'부마항쟁'을 주제로 한 이번 캠프에는 서울대·부산대·전남대·동아대·제주대·성공회대 등 한국 대학에 다니는 75명과 오사카대·리쓰메이칸아시아태평양대(APU) 등 일본 대학생 33명이 참여한다.

캠프 참가자인 동아대 사학과 4학년 곽인환(25)씨는 "일본과 감정이 아무리 안 좋아도 완전히 관계를 단절할 수는 없다"면서 "실제로 내가 만나본 일본인들은 일본 내 혐한 시위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먼저 진정성 있게 과거사 문제를 사과하면 한국인들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이번 캠프를 통해 한일 청년들이 정치를 떠나 서로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일 대학생이 함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현 한일 갈등의 원흉으로 규정하고 규탄하는 캠페인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 대학생과 국내에서 공부하는 일본 유학생들은 지난 7일 "전쟁범죄 반성 없는 아베 총리를 규탄한다"며 피스 챌린지(Peace Challenge) 성명을 발표했다.

피스 챌린지는 아베 총리를 규탄하는 내용의 한국어 또는 일본어 문장을 SNS에 올리고 함께 게시할 지인 3명 이상을 태그하는 캠페인이다.

피스 챌린지 제안자 손솔씨는 "현재 청년 세대는 일제강점기를 겪은 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일 것"이라며 "한일 청년들이 소통해야 새로운 한일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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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 Challenge를 제안하는 대학생들 제공]



전문가들은 한일 양국의 청년세대는 상대를 이해하고 서로 연대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이들이 교류를 이어가는 것은 건전한 한일관계 구축에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족주의에서 기인한 반일감정이 강한 기성세대와 달리 청년세대는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민간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향이 있다"며 "상호 간 이해하려는 태도도 더 강하고 인권·평화 문제에 더 민감하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한일 청년들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면 서로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청년 세대의 인식과 가치관은 동아시아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은 기성세대와 비교해 서로의 문화에 대한 친화성이 강해 더 쉽게 연대할 수 있다"며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한일 청년들의 교류와 협력이 확산할수록 일본이 자유무역과 인권을 위협한다는 지적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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