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드레스 벗고 후드티 입은 티파니, 한국부터 찾은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젊은 옷 입고 턴어라운드 성공했으나, 미·중 무역전쟁으로 성장 제동
순회전 열고 아시아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 나서

조선비즈

뉴욕 5번가 티파니 매장처럼 꾸며진 전시장 입구./김은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가루에 기름을 묻혀서 원석을 연마합니다. (연마 기계를) 한 번 만져보세요."

미국 명품 주얼리 티파니가 10일부터 25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무료 다이아몬드 전시를 개최한다. ‘티파니 다이아몬드: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장인정신을 향한 위대한 여정’이라 명명된 이번 전시에선 수십억원짜리 보석을 비롯해 다이아몬드의 역사와 가치, 세공과정 등을 체험할 수 있다. 티파니가 국내에 진출한 이래 이런 전시를 여는 건 처음이다.

1938년 미국에서 창업한 티파니는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의 제목으로 인용될 만큼 높은 인지도를 지닌 고급 보석 업체다. ‘약혼(인게이지먼트) 세일즈’라는 비즈니스 카테고리가 따로 있을 만큼 티파니 반지는 언약을 위한 증표로 선호됐다. 이와 관련해 경제학자 마틴 린드스트롬은 6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티파니를 상징하는 푸른색을 본 여성들의 심장 박동이 22% 상승한다는 결과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티파니는 결혼반지 수요 감소로 2011년부터 매출 부진을 겪었고, 2017년 불가리, 디젤 출신의 알레산드로 볼리올로 최고경영자(CEO)를 기용해 혁신을 시도했다. 프러포즈를 위한 보석이 아닌 ‘나를 위한 보석’으로 콘셉트를 변경하고, 길거리 문화를 차용한 광고로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했다.

조선비즈

현대적인 티파니 광고. 배우 엘르 패닝이 후드 티셔츠를 입고 티파니 보석 진열장을 응시하고 있다./티파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공개된 티파니의 광고는 변화된 브랜드 정체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광고에 등장한 10대 배우 엘르 패닝은 드레스 대신, 찢어진 청바지와 후드 티셔츠를 입은 채 힙합 버전의 ‘문 리버’를 불렀다. 올해 2월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레이디 가가를 위해 헵번이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착용했던 옐로우 다이아를 변형해 목걸이를 제작했다.

체험형 콘텐츠도 확대했다. 보석 외에도 티파니 블루를 사용해 만든 식기와 알람시계, 탁구채, 빨대 등 생활용품을 선보였다. 뉴욕 5번가 플래그십 스토어(대표 매장)도 체험형 매장으로 탈바꿈했다. 매장 한쪽에 ‘티파니 블루 박스 카페’를 구성해 영화처럼 진짜 ‘티파니에서 아침’을 먹을 수 있도록 했는데, 현재 다음 예약 가능일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

젊은 옷으로 갈아입고 문턱을 낮춘 결과 지난해 티파니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6.5% 상승한 44억 달러(약 5조3328억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성장세가 지속될지 미지수다.

실제 올해 1분기 매출은 3% 줄었고, 순이익도 전년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특히 미국 매출은 중국 관광객 수 감소로 인해 25%나 줄었다. 지난 6월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가 미국 여행 주의보를 발령함에 따라 하반기도 전망이 좋지 않다. 전체 매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 지역 매출도 중화권이 주도하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조선비즈

증강현실을 통해 장인과 인증사진을 찍을 수 있는 티파니 전시장./김은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티파니는 전시팀을 꾸려 아시아 순회에 나섰다. 이번 한국 전시를 시작으로 중국 상하이와 홍콩, 대만에서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을 순회전의 시작점으로 택한 이유는 한국 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데다, 아시아 시장 교두보로서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1996년 국내에 진출한 티파니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23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신장했다.

티파니코리아 관계자는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는 한국 시장을 눈여겨본 미국 본사가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한국 전시는 순회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펼쳐진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공간으로 구성됐다. 뉴욕 5번가 매장을 재현한 입구에선 진열장을 들여다보던 영화 속 오드리 헵번을 흉내 낼 수 있고, 공방처럼 꾸민 공간에서는 증강현실을 활용해 장인과 함께 인증사진도 찍을 수 있다. 밀레니얼 친화적인 전시 공간을 연출했지만, 핵심은 브랜드의 장인정신과 희소가치다. 여전히 티파니 결혼 반지는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사랑을 위한 증표로 각광 받는다.

김은영 기자(keys@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