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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재계 “공익법인 상속세 줄여야”…정부 "총수 지배력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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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보고서 "공익법인 보유 면세 주식 20%까지 허용"

기업이 공익법인에 출연한 주식의 상속세 면세 범위를 현재의 4배까지 높이자는 제안이 나왔다. 공익재단을 통한 대기업 오너의 기업 지배력 확대를 부정적으로 보는 현 정부와 달리, 공익법인을 경영권 승계의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인정하자는 재계 측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2일 ‘공익법인 및 최대주주할증평가 관련 상속세제 개편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기업이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할 경우 상속ㆍ증여세가 면제되는 주식 비율을 현행 5%에서 20%로 높이는 ‘적극공익법인’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일반공익법인에 기업이 주식을 출연할 경우 상속ㆍ증여세 면세 범위는 발행주식의 5%까지다. 상호출자 제한을 받는 대기업 산하가 아닌 성실공익법인엔 10%까지 면세가 적용된다.

한경연 보고서는 적극공익법인을 도입해 미국과 유사한 수준(발행주식의 20% 보유분)으로 상속ㆍ증여세를 면해주되, 해당 주식에 대해 매년 일정 금액 이상을 기업이 배당하도록 의무화하자고 제시했다. 이번 연구용역을 맡은 김용민 진금융조세연구원 대표는 “공익재단은 정부가 세금으로 해야 할 공익사업을 대신하는 것이므로, 출연 주식의 수익으로 공익재단의 공익 활동이 확대된다면 세제 지원의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기업의 최대주주(사주)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가 인정되지 않는 데다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 지배도 봉쇄하는 국내 법제 상황은 해외와 비교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미국ㆍ독일ㆍ스웨덴 등에서는 기업 오너가 의결권을 보통 주식보다 더 많이 갖는 차등의결권주를 발행하거나 지분 관리회사 설립 등의 방법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으나 국내법은 이를 차단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최대주주가 상속하는 주식의 평가액을 일반보다 10~30% 더하는 최대주주할증평가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상속세 최고세율은 65%로 일본(55%)보다 높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로 알려져 있다. 할증평가 제도를 없애 상속세를 줄이자는 주장이다. 높은 상속세율에 대해선 정부도 최근 개선안을 냈다. 지난달 2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9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2020년부터 상속세 할증 과세율을 기존 일반기업 30%, 중소기업 15%에서 일반기업 20%, 중소기업 0%로 바뀐다. 하지만 재계는 개정안의 실질 효과가 미미하다고 본다. 연구용역을 진행한 김용민 대표는 “그동안에도 중소기업 할증평가는 계속 적용을 면제했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재계는 상속세 부담을 낮춰 기업 승계를 원활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올해 5월 상속세제 개선 토론회에서 “기업에서 상속 문제는 단순한 ‘부의 세습’이 아니라 기업 경영의 영속성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상속세를 완화하는 큰 이유는 기업 경영의 영속성 제고를 통한 자국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 재직 시절 신설한 기업집단국을 통해 대기업 산하 공익법인 실태 조사를 실시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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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ㆍ여당의 입장은 다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수석이 위원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말부터 약 6개월간 51개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 산하 공익법인 165곳을 전수 조사했다. 지난해 6월 공정위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 공익 증진에 기여하고 있으나 동시에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의 수단으로 (공익법인이) 이용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공정위는 또 “총수 일가가 공익법인의 이사장 등의 직책을 지배하고 있으며, 그룹 내 핵심ㆍ2세 출자 회사의 지분을 집중 보유하고 있다”며 “총수 일가 및 계열회사와 (공익법인 간) 주식ㆍ부동산ㆍ상품ㆍ용역 거래가 상당하나 현재 내부 통제 및 감시 장치가 미흡하다”고 발표했다. 여당도 공익법인의 보유 주식에 고삐를 죄어왔다. 지난 2016년 박영선·박용진 의원은 대기업 산하 공익법인의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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