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4 (목)

[오래 전 ‘이날’]8월12일 ‘8월, 역사 앞에 선 일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경향신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99년, 2009년 8월12일 ‘8월, 역사 앞에 선 일본’

한국에서 ‘광복절’로 부르는 8월15일을 일본은 ‘종전기념일’로 부릅니다. 같은날이지만 피해국과 가해국의 입장 차가 반영된 명칭인데요. 사실, 8월15일 즈음이면 가해국 일본의 행동에 신경이 쓰입니다. 가해국의 ‘종전’ 기념 방식이 피해국의 상처를 덧나게 해서는 안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일까요? 10년, 2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일본에 관련된 기사들이 실렸습니다.

먼저 20년 전인 1999년 8월12일 기사입니다.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 보수화 남의 일인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는데요. “정부가 일본과의 ‘밀월관계’ 유지에만 집착, 대일 현안에 대해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일본의 보수화 사례를 보여주는데요.

경향신문

기사에는 “지난 6일 일본정부의 공식대변인인 노나카 히로무 관방장관이 야스쿠니 신사의 위상변경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최근 일본이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 보수화 사례다”며 “노나카 장관은 당시 2차대전 A급 전범들의 위패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특수법인화함으로써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를 국립묘지화하는 방안을 거론했다”고 소개됐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이 사실을 알고 뭐라고 답했을까요? 당시 정부는 “개인 자격으로 말했기 때문에 공식화될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라는 입장을 냈다고 합니다. 심지어 당시 외교부 간부 회의에서는 “중국의 덩샤오핑이 생전에 ‘A급 전범 위패가 이관될 경우 헌화할 수 있다’말을 했다”고 기사는 전하는데요. A급 전범 위패가 빠지면 한국 정부도 야스쿠니를 찾아 헌화해도 좋다는 뜻일까요?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어땠을까요? 기사에는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는 전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 뒤에는 지난해 10월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 이후 조성된 이른바 ‘해방 이후 최상의 밀월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는 배려가 깔려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일 관계에 대한 정부의 입장에 따라 역사가 문제가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럼 10년 전인, 2009년 8월12일에는 어땠을까요? 이번에는 반대로 일본 정치인의 입장이 기사화 됐습니다. ‘하토야마 총리돼도 야스쿠니 참배 안해’라는 제목의 기사인데요.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시 일본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습니다. 일본 민주당을 이끌고 있던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는 도쿄에서 열린 외국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가 되더라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생각이 없다”며 “각료들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자숙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발언했습니다.

그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할 것”이라며 “새로운 담화를 만드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힙니다. 무라야먀 담화는 1995년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일본의 침략으로 고통을 준 아시아 국가와 국민에게 통절한 반성과 함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힌 것을 말하는데요. 현재의 아베 정부와 비교되는 역사인식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에 나온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광복절을 앞둔 시점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이후로 공물이나 ‘다마쿠시료’라고 불리는 공물 대금만을 보내고 있는데요. 주변국의 비판을 의식해 참배는 자제해 온 것입니다.

▶관련기사-아베 총리, A급 전범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또 공물


▶관련기사-도쿄에서도 "아베 반대"...일 시민들, '야스쿠니 반대 촛불행진'


문제는 한·일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입니다. 사실 그가 오는 광복절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다면, ‘일본은 한·일 관계 개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확한 메시지가 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일본 내의 ‘야스쿠니에 대한 반발’ 여론을 뚫어야 하는데요. 실제로 지난 10일에는 야스쿠니 반대 집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8월. 일본과 과거사로 엮인 나라들은 모두 아베 총리를 주목합니다.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