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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설] 막다른 길 가는 일본… 이제 脫일본 행동과 실력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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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한국 백색국가 제외 공포 / 개별허가 품목 추가 지정 안 해 / 소재·부품 국산화·다변화 시급

세계일보

일본 경제산업성은 어제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21일 후인 28일부터 시행된다. 일본 기업이 무기 등에 전용할 수 있는 규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까다로운 수출절차를 거치게 된다. 일본 정부는 개정안 시행세칙인 ‘포괄허가취급요령’을 공개했는데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 외에 추가로 ‘개별허가’를 강제하는 품목을 지정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음놓기엔 이르다.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큰 틀 자체가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우리의 대응에 맞춰 수위조절을 하려는 빛이 역력하다. 일본은 대상품목 1100여개 중에서 개별허가 품목을 입맛대로 골라 언제든지 수출 규제에 나설 수 있다. 대일 부품·소재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에 예기치 않은 공격을 가할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 소기업과 거래하는 국내 중소기업은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와 산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행동과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정밀제어용 생산감속기 전문기업 SBB테크를 찾았다. 이 업체는 일본에서 수입하던 ‘로봇용 하모닉 감속기’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조치가 SBB처럼 기술력으로 무장한 강소기업에는 오히려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시의적절한 행보다. 반도체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생산공정에 투입되는 일본 소재와 화학약품을 국산화하거나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 업체는 일본이 수출규제 대상으로 삼은 소재의 대체재를 찾아 검증절차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한·일 경제전쟁이 벌어진 마당에 정부와 기업 모두 힘을 합쳐 난국을 이겨내야 한다.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가 속도를 낸다면 일본도 적잖이 당황할 것이다. 당장 일본의 반도체 소재 공급업체 등이 경영난에 빠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그제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일방적으로 하고 있다”며 “가장 큰 문제는 신뢰”라고 강변했다. 수십년간 구축돼 온 글로벌 분업체계와 산업 생태계의 근간을 흔드는 경제보복이야말로 국제사회의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일본은 치졸한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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