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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후판가 줄다리기 철강사 “인상 불가피” vs 조선사 “원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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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후판(厚板·두께 6㎜ 이상 철판)’ 가격 인상을 두고 또 한 번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나빠진 철강업계는 하반기에는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조선업계는 제조원가 부담이 커진다며 가격 인상에 반발하고 있다.

6일 철강·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이달부터 하반기 후판가 협상에 돌입했다. 후판 가격을 결정하는 협상은 업체별로 반기에 한 번씩, 1년에 두 번 한다. 올해 상반기 협상에서는 가격 인상이 업황에 찬물은 끼얹을 수 있다는 조선업계의 주장에 따라 동결로 결론이 났다.

조선비즈

후판은 두께가 최소 6㎜ 이상인 두꺼운 강판이다. 주로 선박 건조에 쓰인다. /현대제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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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는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벼르고 있다. 포스코(005490)는 2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철광석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실수요자인 조선, 자동차업계에 가격 인상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004020)도 이어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가격 인상 없이는 역부족"이라며 가격 인상 의지를 보였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난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영업이익이 각각 14.7%, 38.1% 줄었다. 철강 제품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올해 상반기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수익성이 나빠진 탓이다.

후판가 협상은 장기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협상도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지만, 5월을 넘기고 나서야 동결로 겨우 가닥을 잡았다. 철강업체들이 t당 5만원 가격 인상 방침을 전하자 조선업계가 강하게 반발해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은 탓이다. 철강업계는 t당 2만~2만5000원선으로 인상폭을 낮춰 협상에 나섰지만, 조선 업계는 업황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 동결을 주장했다.

후판은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조선사는 상승분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후판 가격이 5~7만원 인상되면 조선업계의 원가 부담이 약 3000억원 늘어난다. 조선사들은 수주가 회복 조짐을 보이지만, 선가가 그만큼 오르지 않아 실적부담이 크다고 주장한다. 수주가 늘면서 조선업황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실적으로 반영되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초대형 유조선(VLCC) 선가는 9250만달러다. 업황이 좋았던 2009년 1월 1억4800만달러를 크게 밑돌고, 수주절벽이 가시화하던 2014년 6월 1억달러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조선사들은 중국산 후판 수입을 저울질하거나 늘리고 있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철강사들이 워낙 독점적인 위치에 있다 보니 입찰을 진행해도 조선업체에 득이 될 것이 없었다"며 "중국 업체 한곳을 정해 꾸준히 거래하다보니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dw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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