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관방 장관 중단 요구 압박 의혹에 “기자 질문 답했을 뿐” 해명/日 예술가들 “정부 압박에 굴복”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개최 중인 국제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전시 중단 전 ‘평화의 소녀상’을 관람객들이 감상하고 있는 모습. NHK 캡처 |
일본 최대 규모의 국제 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지난 3일부터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을 결정한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가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했다는 목소리를 냈다.
오무라 지사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극우 성향의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과 보수정당 일본 유신의 회 소속 스기모토 가즈미 참의원이 전시 중지를 요청한 데 대해 “공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전시물의) 내용이 ‘좋다‘, ‘나쁘다’ 얘기하는 것은 검열”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21조에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권력이야말로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며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이 있어도 받아들이는 것이 헌법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 보조금이 투입된 행사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세금을 사용하고 있으니 해도 되는 것의 범위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 최근의 논조이지만, 실제로는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다”며 반박했다.
아울러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소녀상이 포함된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와 관련, “전시 비용은 420만엔(약 4823만원)으로, 전액 기부로 충당했다”고 설명했다.
ANN 방송 캡처 |
아이치 트리엔날레 전체 실행위원장이기도 한 오무라 지사(사진)는 직접 전시 중단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했다”며 이날 아침에도 ‘석유를 뿌리겠다’는 협박 전자우편이 아이치현에 도착해 경찰과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현지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오무라 지사의 소녀상 전시 중단 결정은 이를 방해하려는 우익과 일본 정부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앞서 가와무라 나고야 시장은 지난 2일 트리엔날레에서 소녀상이 전시된 것과 관련해 “일본 국민의 마음을 밟아 뭉개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전시 중지를 요구하는 항의문을 오무라 지사에게 전달했다.
스기모토 의원도 “공적 시설에서 공적 지원을 받아 실시되는 행사로 극히 부적절하다”는 비판 서한을 아이치현 측에 제출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위안부 소녀상 전시 중단에는 일본 정부의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 장관은 지난 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소녀상 전시와 관련해 “보조금 교부와 관련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예산을 깎을 수 있다고 압박을 가했다.
실제로 소녀상 전시는 다음날인 3일 중단됐다.
스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발언이 전시 중단에 영향을 미쳤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전혀 아니다”라며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예술제에) 교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답변했을 뿐”이라고 궁색하게 답변했다.
그러면서 예술제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적절히 대응한다는 결정에 변함은 없다”고 했다.
그는 소녀상 전시 중단을 요구하는 우익의 위협에 대해서는 “일반론으로 폭력과 협박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형사 사건으로 다뤄질 게 있다면 수사기관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취했다.
양봉식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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