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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소녀상 전시중단’ 김운성 작가 “우익테러 아닌 日 정부 통제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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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 소녀상에 나쁜 짓 하면 직접 제지하는 등 성숙”

“진실 알리는 것 불편해하는 정치인들…日, 표현의 부자유”
한국일보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에서 공식 개막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에 출품된 김운성ㆍ김서경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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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제미술행사에 전시됐던 ‘평화의 소녀상’이 사흘 만에 철거된 이유에 대해 해당 작품 작가가 관람객의 항의나 우익단체의 협박 등이 아닌 일본 정부의 통제 때문이라고 5일 밝혔다.

김운성 작가는 이날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이 개입해 문화예술을 통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역시 진실을 알리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특히 관방장관과 시장이 오면서 정치인들의 의도가 확실히 드러났다. 표현의 부자유(不自由)다”라고 말했다.

김운성ㆍ김서경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1,000번째 수요집회를 기념, 투쟁을 기록하기 위해 제작됐다. 이 작품은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에서 지난 1일 막을 올린 국제미술행사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표현의 부자유, 그 후’전에 출품됐으나 3일만에 철거됐다.

전시회 실행위원장인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익단체로부터) 테러 예고 등 협박전화나 이메일이 오고 있어 안전한 운영이 우려된다”는 명분으로 전시 중단 결정을 밝혔다. 그러나 이에 앞서 가와무라 다카시(河村 之) 나고야 시장은 “(일본군 위안부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소녀상 전시는)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것” 등의 발언으로 중단을 촉구해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전시 관련 보조금 삭감 가능성을 시사하며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전시회 주최 측이 밝힌 이유와 관련해 김 작가는 “우익단체들이 전시장에 와서 거칠게 항의하는 것은 본 적이 없고 나름대로 문제를 제기하면 자원봉사자가 밖에 나가 잘 설명하고 돌려보냈다”며 “전화 협박을 사례로 들었는데 사실 테러 위협을 하는 사람들을 미술관 측에서 고발해야 하나 오히려 그 사람들은 그냥 놔두고 전시를 중지한 것”이라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비난하거나 작품의 머리에 봉지를 뒤집어씌우려는 시도도 있었으나 주변 관람객들이 자발적으로 제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작가는 “나쁜 짓을 하려고 하면 일본 관람객들이 아주 성숙하게 제지시켰다”며 “굉장히 꼼꼼하게 작품들을 하나하나 잘 살펴보는 모습을 보며 ‘진실을 알아가는구나’라고 느꼈는데 (정부가) 기회 자체를 차단했다”고 한탄했다.

김 작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번 전시뿐 아니라 독일 프라이부르크, 도르트문트 및 미국 LA글렌데일에서 열린 전시 등에도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해왔다.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 이후 이 전시회에 참여했던 박찬경, 임민욱 작가 등도 자발적으로 작품 전시를 철수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일본의 문화예술계 및 시민단체도 비판 성명을 내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큐레이터와 작가들은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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