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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여름휴가에 붙여서 연차 사용 불가?…고용부 “직장 내 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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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 119, 휴가갑질 사례 공개

“여름휴가 3일 썼으니 경위서 써라”

“신입사원은 연차 3일 이상 사용 금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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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사에 별도의 여름휴가가 없어 휴가철에는 연차를 사용해야 하는데, 조건이 너무 많습니다. 명절이 있는 달은 연차를 사용하면 안 되고, 한달에 연차 3개 이상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국외여행이나 가족여행은 못 간다고 봐야 합니다.

#2.

겨울 휴가를 가기 위해 팀장한테 “연차를 쓰겠다”고 말하니 팀장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미 비행기와 호텔을 다 예약해놓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휴가는 권리이니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그 이후 상사의 갑질이 시작됐습니다. 욕하고 서류를 집어 던지더니 근무 중 외출도 못하게 합니다. 이번 여름 휴가 얘기도 꺼내기 무섭습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가운데, 아직도 여름 휴가 사용을 두고 ‘갑질’을 하는 직장이 만연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정당한 이유 없이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30일 공개한 ‘휴가갑질’ 사례를 보면, ‘신입사원 1년 차에는 연차 3일 연속 사용 금지’ ‘7, 8월이나 명절 연휴, 연말에는 연차 사용 금지’ ‘정기휴가 3일과 연차를 연이어 사용하지 않기’와 같은 내용을 팀 규칙으로 정해 휴가 사용을 제재하고 있다는 제보가 여전히 접수되고 있었다. 공휴일이 낀 ‘징검다리 연휴’ 때 연차를 사용하자 마음대로 ‘결근’으로 처리한 상사도 있었고, 3일 연속 휴가를 썼다는 이유로 경위서를 쓴 직장인도 있었다. 한 직장인은 “연차를 쓴다고 미리 얘기하고 결재까지 받았는데 갑자기 상사가 휴가를 못 가게 했다”며 “휴가 전에 인수인계를 잘해서 업무에 차질을 빚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상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연차를 썼다며 ‘보복 갑질’을 당한 사례도 있었다. 직장인 ㄱ씨는 팀장에게 “회사에서 연말에 남은 연차를 소진하라며 휴가일을 지정해줬다. 그날 휴가를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팀장은 “회사에서 매년 지정휴가가 나오지만 쓰는 사람은 없다. 너는 컨트롤이 안 되는 사람”이라며 ㄱ씨를 다른 부서로 보냈고, 회사는 곧 ㄱ씨를 대기발령 했다. 출근 뒤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기 위해 휴가를 신청하니 “휴가를 쓸 때는 당일에 말하면 안 된다”고 면박을 준 상사 사례도 접수됐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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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는 실제 회사의 상위 관리자와 일반 사원이 주어진 상황을 ‘갑질’로 인식하는 정도를 나타낸 지수를 보면, ‘원하는 때에 연차 등 법정휴가를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항목에서 가장 큰 격차(12.09점)를 보였다고 밝혔다. ‘다소 모욕적인 업무지시고 때로는 필요하다’(11.76점), ‘팀워크 향상을 위한 회식이나 노래방 등은 조직문화를 위해 필요하다’(11.66점) 등이 뒤를 이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젊은 직장인들은 휴가를 법이 보호하는 자신의 권리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사장님들은 휴가를 ‘사장님 선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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