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0 (금)

이슈 한반도 덮친 미세먼지

영풍 석포제련소, 측정업체와 짜고 대기오염물질 1868건 조작…1급 발암물질도 축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환경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북 봉화군에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가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수치를 조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 전남 여수산업단지에서 배출 조작이 무더기로 적발된 데 이어 경북 지역에서도 대기업의 비슷한 행태가 확인된 것이다.

환경부는 대기오염물질 배출 농도를 상습적으로 조작한 혐의로 경북 대기업 ㄱ업체와 대구 측정대행업체 3곳을 적발해 임직원 7명을 기소 의견으로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환경부는 ‘피의사실 공표죄’를 이유로 기업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ㄱ사가 영풍그룹이 운영하는 석포제련소라는 사실은 지역 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졌다.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상류에서 오염시설을 운영하면서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석포제련소는 측정대행업체와 공모해 실제로 측정된 수치를 조작하거나, 측정하지 않았는데도 측정한 것처럼 속이는 방법으로 2016년부터 3년간 1868건의 대기측정기록부를 측정대행업체 ㄴ사, ㄷ사로부터 허위 발급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먼지와 황산화물 농도 값을 배출허용 기준의 30% 미만으로 조작하게 해 2017~2018년 4차례에 걸쳐 기본배출 부과금을 면제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현행법상 석포제련소처럼 대기오염물질 배출업체는 오염물질 농도를 스스로 측정해 결과를 기록·보존하거나 자격을 갖춘 측정대행업체에 오염물질 농도 측정을 맡길 수 있다. 석포제련소는 대행업체에 측정을 위탁하면서 조작한 값을 측정기록부에 기록해 발급하게 하고, 실제 측정값은 별도로 기록해 이중으로 자료를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자료를 수시로 파기하는 등 치밀하게 단속에 대비하기도 했다.

특히 1급 발암물질인 ‘비소’ 항목의 실측값이 배출허용기준(2ppm)을 19배나 초과한 39.362ppm이었는데, 이를 0.028ppm으로 조작한 경우도 있었다. 실측값의 1405분의 1로 축소한 것이다.

앞서 여수산단에서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 대기업들의 대기오염물질 측정치 조작의 근본적 배경으로는 ‘갑을’ 관계가 꼽혔다. 대형사업자가 ‘갑’의 위치에서 측정치 조작 등 불법 행위를 요구하면, ‘을’인 대행업체로선 갑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석포제련소의 경우도 측정대행업체가 측정치 조작을 거부하거나 측정공 설치를 요구하는 경우 수수료 지급을 미루는 ‘갑질’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석포제련소 임원이 ㄴ대행업체 대표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미 이들은 지난 12일 구속됐다.

아울러 적발된 측정대행업체 3곳은 석포제련소를 비롯해 대구·경북·경남 지역에 있는 911곳의 배출업체로부터 자가측정을 위탁받아 2016년부터 3년간 총 1만8115부의 대기측정기록부를 거짓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ㄴ과 ㄹ업체 대표는 보유한 측정 인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측정을 위탁받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국가기술 자격증을 빌려 명의만 등록해 써왔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이들은 자격증을 빌려준 사람에게 지급한 인건비를 다시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사돈 약 2억5000만원을 빼돌린 사실도 적발됐다. 환경부는 이들 배출업체와 측정대행업체에 대해서도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환경부는 지난 4월 여수산단 대기측정치 조작사건에 이어 영남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드러나면서 측정 조작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 부과 체계를 마련하고, 배출업소에 대한 지도·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앞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기업에 대한 처벌 수단이 수백만원의 과태료에 불과해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류필무 환경부 환경조사담당관은 “대기측정치를 조작하는 행위는 대기오염물질 저감정책의 기본을 흔드는 중대한 환경범죄”라면서 “대기측정치 조작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