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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WTO로 확전하는 미중 무역전쟁...한국 통상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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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 등 부유국, WTO 규정 피하려 개도국 주장" 中언론 "미중 협상 앞두고 위협과 압박 수작" 강력 반발 한국에도 불똥 튈까...日수출규제 이어 통상 악영향 우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오는 30~31일 중국 상하이에서 류허 중국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측 대표단과 무역협상을 벌인다. 협상 재개를 나흘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발도상국 우대 체계를 꼬집은 것은 사실상 중국을 정조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개도국 지위로 부당한 혜택"...중국 강력 반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부유한 국가들이 WTO 규정을 피하고 특별대우를 받기 위해 개발도상국이라고 주장할 때 WTO는 무너졌다"며 "더 이상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상위 10위권 국가 가운데 7개국(브루나이·홍콩·쿠웨이트·마카오·카타르·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연합)이 개도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가장 극적인 사례”라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고, 전 세계 수출량의 13%를 차지한다"며 "1995~2017년 수출점유율이 5배나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2001년 WTO에 가입한 이후 세계 2위 경제로 부상한 중국이 개도국 지위를 통해 부당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은 즉각 반발했다.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 언론들은 "미국이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또다시 위협과 압박이라는 수작을 부린다"며 비판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8일 사평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WTO의 개도국 우대 체계를 바꾸려 하는 것은 WTO 원칙과 정신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WTO가 개도국에 우대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발전 중인 국가들에 잠재력을 키워주고, 다자간 무역체제를 기초로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덕분에 WTO는 세계 국가들을 대표할 수 있는 권위를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움직임은 건장하고 강력한 WTO의 위상을 망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또 “미국의 말처럼 중국은 크게 발전했지만, 미국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며 “중국의 1인당 GDP는 미국의 6분의 1 수준이며, 과학기술·경제구조·산업경쟁력 등 여러 면에서 선진국과 차이가 크다”고 반박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이 단지 발전 중인 국가들과 미국의 큰 격차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미국의 무책임한 태도가 세계 무역협상과 무역체제를 교착상태에 빠뜨리고 있다며, 미국이 이기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일본 이어 미국까지...한국에 통상 악재 '겹겹'

미·중 갈등이 WTO로 확전되는 가운데 미국의 WTO 개혁 요구가 한국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 농업 분야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농업 이외의 분야에서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하고 개도국으로 남았다. 현재 WTO에서 개도국에 대한 우대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150여 개에 달한다. 만약 한국이 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이들 우대조항 또한 적용받지 못한다.

미국이 제시하고 있는 개도국 이탈 조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거나 가입 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 △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국가(2017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 최소 1만2056달러) △세계 무역량에서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등 네 가지다. 한국은 이 조건에 모두 부합한다.

특히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재료 수출 규제에 이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내용의 추가 규제 조치를 사실상 예고한 상황인 만큼 한국 통상에 이중고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달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을 담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전망이다.

개정안이 각의를 통과하면 서명 절차를 거쳐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공포하는 시점으로부터 21일 후 시행될 예정이다. 빠르면 8월 말부터 발효된다는 얘기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면 사상 처음이 된다.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지면 첨단기술과 전자부품을 수출할 때 일본 정부의 별도 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한편 WTO는 164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의사를 결정하는 데다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개도국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미국의 제안이 WTO 내에서 쉽게 관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와 관련해서 WTO가 90일 이내에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주경제


문은주·곽예지 기자 joo0714@ajunews.com

문은주 joo0714@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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