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95일째 계류... '7월 국회' 무산되면 일정 줄줄이 밀릴 수도
여야 정치권이 휴가 시즌을 맞아 약 3주간 '대기 모드'에 돌입한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가 이번 주부터 약 일주일씩 순차적으로 시작되는 여름 휴가 일정을 잡아놨다. 여야 의원들도 상당수 휴가를 떠난다.
예산·법안 처리를 위한 7월 임시국회가 29일부터 열리지만 여야간 이견으로 의사일정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 변수다. 이에 여야 측에선 "일부 휴식을 취하거나, 언제라도 국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사실상 '대기' 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의원들 탓으로 휴가 일정을 계속 미루고 있는 국회 및 정당 직원들로부터 볼멘 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6월 임시국회가 지난 19일 '빈 손'으로 끝나는 등, 제 기능을 못해온 국회를 향한 비판 여론도 상당하다.
이해찬(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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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지도부, 이번주부터 3주간 휴가계획
문희상 국회의장은 당초 오는 29일부터 일주일간 휴가를 갈 계획이었다. 다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원 포인트 안보국회' 요구로 29일 임시국회 소집이 예고됐고,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상이 예상되는 만큼 휴가 기간에도 국회 상황을 예의 주시할 예정이다. 국회 관계자는 28일 "문 의장의 휴가는 잠정적으로 잡은 일정으로, 필요에 따라 언제든 국회로 복귀해 협상과 관련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다음달 5일부터 3∼4일간 휴가를 갈 계획이나 조정 가능성이 있다. 일본이 다음달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 국가)'에서 제외하는 안건을 상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상황에 따라 복귀해야 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본 움직임에 따라) 당정청 차원에서 내용을 공유하고 국민에게 보고하는 회의가 필요할 수 있다"며 "(휴가에 대해서는) 정세를 보며 판단하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뜻"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측에서도 당초 오는 29일부터 갖기로 한 휴가 일정을 보류하고 원내 현안을 챙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번 휴가 시즌에 매년 강원 고성에서 파주 임진각까지 진행하는 'DMZ 통일걷기' 행사에 참여하며 원내 업무를 병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야권 반발로 추경 처리가 지연되고 '안보 국회' 소집 여부를 검토하는 등 변수가 생겼다.
자유한국당 황교안(오른쪽)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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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오는 29일부터 휴가를 갖기로 했다고 한다. 이 기간 당 전열을 정비하는 방안과 현안 대응 전략을 구상하는 데 시간을 쏟으면서 국내에 머물 계획이라고 당 관계자가 전했다. 일부 지역 현장 방문 일정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황 대표 측에선 "최근 국회 일정에 변수가 생겨 정식 휴가를 갈지, 아니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식으로 할지 최종 확정한 건 아니다"고 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다음달 12일쯤 휴가를 떠난다는 계획이나, 법안 및 추경 처리 결과에 따라서 이 계획도 불투명하다. 나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휴가 일정을 제출하긴 했으나, 사실상 당직자들이 편하게 휴가를 쓸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며 "국회 상황에 따라 추후 변경될 수도 있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는 아예 휴가 계획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의 거취를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갈등이 커지면서 휴가를 갈 상황이 아니라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또 국회 정상화를 위한 '중재'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당초 이번주, 유성엽 원내대표는 다음달 초 휴가 일정을 잡아놨으나 국회 일정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다. 다음달 초 휴가를 계획했던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이번주 휴가 일정을 잡아놨던 윤소하 원내대표도 제대로 휴가를 못 갈 수 있다. 이밖에 상당수 여야 의원들이 이번주부터 시작되는 휴가 일정을 잡아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미래당 손학규(왼쪽)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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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국회' 빨리 열어야 국회도 휴가 가능"
이에 대해 한 정당 직원은 "의원들은 자기가 원하는 일정에 휴가를 내고 떠날 수 있지만, 보좌하는 비서나 당 사무처 직원들은 마음대로 떠날 수 없다"며 "휴가를 계속 미루고 있고 휴가 관련 숙소 등 예약도 하기 힘들다"고 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여야가 추경 처리 등 제 때 해야 할 일을 안 한 탓이 크다"며 "추경이라도 빨리 처리해야 국민 눈에 편안하게 휴가를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6조7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은 지난 4월 25일 국회에 제출됐으나, 4월 말 여야가 강하게 충돌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 이후 계속 안건이 계류돼 왔다. 또 최근 북한 목선의 '입항 귀순' 등에 이은 야권의 정경두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본회의 상정 요구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난 26일 정 국방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상정 요구를 잠시 보류하고, 일본의 수출 규제와 중국·러시아의 우리 방공 및 영공 침해, 북한 신형 미사일 발사 등에 따른 대책 논의를 위해서 '원 포인트 안보 국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이에 민주당도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놓고 세부 일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추경 처리는 100일을 넘어갈 수도 있다.
[김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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