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10 (금)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상산고 생존에도… 서울 자사고 ‘풍전등화’ 신세 [뉴스 투데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교육부, 전북교육청 재량권 일탈·남용 판단…지정취소 부동의 / “의무 없는데도 정량평가는 잘못 / ‘기준점 80점’은 교육감 권한 / 기타 평가 절차·내용 적법 진행” / 정치권 압박·지역여론도 영향준 듯 / ‘생존 자사고’로 학생쏠림 전망도

세계일보

자율형사립고 논란의 중심에 선 전북 상산고는 교육부가 전북도교육청의 지정취소 결정을 뒤집으면서 향후 5년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지정취소 위기에 놓인 서울지역 자사고 등은 여전히 ‘풍전등화’ 신세다. 교육부가 부동의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서울 자사고 8개교는 물론 내년 평가 대상인 외국어고·국제고 등 특수목적고의 지위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자사고·특목고를 둘러싼 사회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상산고가 4점 만점 중 2.4점을 감점당한 ‘사회통합전형 선발비율’ 지표가 전북도교육청의 재량권 일탈·남용에서 비롯했다고 판단했다. 상산고는 기준점수(80점)에 0.39점 모자란 79.61점으로 교육청 평가에서 탈락했다. 구 자립형사립고인 상산고는 사회적배려대상자 선발 의무가 없지만 전북교육청이 임의로 정량평가에 반영한 점 등이 부동의권 행사의 주요 근거가 됐다.

세계일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뉴시스


주목할 것은 교육부가 여타 평가 절차·내용에 대해선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판단한 점이다. 교육부는 전북교육청의 △평가계획 안내 △서면·현장평가 △평가결과 통보 △청문 △교육부 동의신청 등에 대해 “절차상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전북교육청이 홀로 기준점수를 10점 높여 80점으로 정한 것에 형평성 논란이 일었으나, 교육부는 “시행령상 교육감 권한”이라고 봤다. 결국 평가상 법적 하자가 없는 한 교육청의 재량권을 최대한 인정하고, 문재인정부의 ‘평가를 통한 자사고 단계적 전환’ 기조는 계속된다는 교육 당국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오는 1일 심의가 예정된 나머지 자사고들에겐 ‘상산고 기사회생’이 마냥 희소식으로 들리진 않는다. 평가 기준점을 미달한 서울지역 자사고 8곳과 부산 해운대고, 스스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서울 경문고 등이다. 이들은 상산고의 사회통합전형 논란처럼 뚜렷한 법적 쟁점이 떠오른 바가 없다. 또 상산고는 여야 의원 151명이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정치권이 교육부 부동의권 행사를 압박했지만, 이들을 향한 정치권의 별다른 움직임은 찾기 힘들다. 특히 전국 42개 자사고의 절반 이상인 22개가 집중된 서울은 교육 당국 자사고 정책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고 있어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이르면 내달 2일 발표될 전망이다.

세계일보

자율형사립고의 일반고 전환을 반대하는 자사고 재학생과 학부모 5000여명이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1회 서울 자사고 가족문화 대축제’를 열어 자사고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내년도 재지정 평가를 받는 외고·국제고도 안심할 수 없다. 당장 올해 자사고 대거 탈락에 대한 불안 심리로 학생·학부모의 선호도가 하락해 2020학년도 신입생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입시업계에서는 상산고 기사회생으로 현대청운고·민족사관고·광양제철고·포항제철고 등 ‘원조 자사고’들이 모두 생존하면서 이들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울지역 탈락 자사고 8곳의 일반고 전환이 확정되면 자사고 수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점 또한 생존 자사고의 인기를 높일 요인으로 꼽힌다.

교육계의 갑론을박은 격화할 예정이다. 상산고 발표 이후 양대 교원단체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상산고 불공정 평가를 교육부가 바로잡은 것은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부가 공교육 정상화 포기를 선언하고 교육사에 수치스러운 오점을 남겼다”며 반발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