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 정지 표시판이 놓여져 있다. 한편 지난 19일 6월 임시국회 기간이 끝나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는 일단 무산됐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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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국회에 제출된 6조 7000억원 규모의 정부 추가경정 예산안이 93일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연일 추경안 통과를 외치면서 “자유한국당이 끊임없이 조건을 쌓아 올려 ‘추경 절벽’, ‘추경 산성’을 세웠다”고 성토한다.
실제 추경안을 둘러싼 여야의 샅바 싸움은 치열하다. 한국당은 추경안을 받는 대신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이나 북한 목선 관련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고, 민주당은 조건 없는 추경에 한국당이 나설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한 상태다. 이렇게 여야 대치가 계속될 경우 추경안의 국회 계류일은 역대 최장 기록 107일(2000년)을 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한국당에선 정부·여당이 급한대로 예비비부터 편성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장 예비비를 활용해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는데도 백지수표 추경안을 들이밀었다. 국가적 위기마다 정쟁용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에도 “추경 대신 예비비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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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에 손사레를 친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예비비를 사용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국회를 거치지 않고 국무회의 심의만으로 집행이 가능한 예비비에 민주당이 이처럼 부정적인 이유는 뭘까.
우선 금액 한도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예비비 총액은 3조원이다. 이 중 특정한 목적이 있어야만 사용 가능한 목적예비비가 60%를 차지한다. 재해·재난 관련 항목도 있지만 이번 추경안에 들어가 있는 예산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3조 중 일반예비비 명목으로 남아 있는 1조 2000억원만 손댈 수 있는데 이 중 안보 관련 예산이 또 절반을 차지한다.
실질적으로 예비비로 사용할 수 있는 액수가 6000억원 정도다. 민주당 관계자는 “6000억원 중 이미 사용된 액수를 제외하면 5000억원 정도인데 하반기에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몰라 예비비를 사용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유는 또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예비비를 쓰는 순간 우린 추경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무능한 당이 되지만 한국당은 끝까지 발목 잡는 모양새가 된다. 역사상 추경 통과가 안 된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추경 통과가 안 됐을 때 한국당이 감수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더 크다는 주장이다. 정치적 의도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여야의 정치 싸움에 한 야당 의원은 “우리 경제가 어려워 종합적 대책이 필요한데 추경을 선전의 도구로 쓰고 있는 여야를 보면 딱하다. 전부 아니면 전무(無)라는 식의 접근 때문에 정치가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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