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종 탄도미사일] 北, 왜 도발 수위 높이나
◇北 몽니에 무색해진 '판문점 회동'
북한은 지난 16일 미·북 실무 협상 보이콧 선언을 시작으로 한국 정부의 식량 지원 거부, 리용호 외무상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불참 통보 등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연쇄 군사 도발과 동시에 외교적으로도 강수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몽니'에 대해선 "미·북 실무 협상을 앞두고 미국을 압박해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실험·발사 중단)을 외교 치적으로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원하는 것을 안 주면 대선에서 발목 잡기를 할 수 있다'는 경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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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연말'을 협상 시한으로 제시했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북한은 미 대선 운동이 달아오르는 연말쯤 대미 협상력이 최고에 이를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아직은 미국과 본격 대화에 나설 때가 아니라고 보고 대미 강경책을 쓴다는 것이다.
북한은 표면적으로 다음 달 한·미 연합 훈련을 문제 삼고 있다. 군 안팎에선 "이를 빈말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북한이 언급한 '특별 병기'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북한은 지난 11일 우리 군의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비난하며 "살인 장비들을 초토화할 특별 병기 개발과 시험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미사일 놓친 軍… 요격 능력 의문
군 당국은 이날 430여㎞를 날아간 첫 번째 미사일과 두 번째 미사일이 같은 기종인지는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5월 4일과 9일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KN-23 지대지(地對地)미사일을 두 차례 시험 발사한 이후 이 미사일 성능을 꾸준히 개량해온 점으로 미뤄 같은 기종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운용 중인 이스칸데르-M 미사일의 최장 사거리는 500㎞지만 최신형은 이보다 긴 60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대량살상무기센터장은 "이스칸데르 최신형은 600㎞ 이상 날아갈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러시아군 수준의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비무장지대 부근으로부터 반경 690㎞ 내에는 제주도를 포함한 한국 전역은 물론, 일부 주일 미군 기지까지 포함된다. 와스프급(4만t급) 대형상륙함 등 한반도 유사시 긴급 투입되는 미 상륙전단(戰團)과 수백만t의 비축 탄약이 배치돼 있는 사세보 기지가 대표적이다.
우리 군은 두 번째 미사일의 발사 순간은 포착했지만 비행거리가 430㎞를 넘은 뒤로는 추적에 사실상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날 북 미사일 발사 당시 이지스함이나 E-737 조기경보통제기는 출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추적 실패가 이 자산들이 출동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북 신형 미사일의 회피기동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미사일의 사거리가 690㎞에 달하는 반면 고도는 50여㎞에 불과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사일 전문가인 정규수 전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최고 고도 50여㎞로 500㎞는 날아갈 수 있지만 690㎞까지 날아갔다는 것은 상당한 기술적 진전"이라고 말했다. 50㎞ 고도는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나 패트리엇 PAC-3 미사일 요격 고도의 사각(死角)지대여서 요격이 매우 까다롭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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