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번역 1차분 ‘미학’ ‘숭고와…’ ‘취미의 기준에…’ 3권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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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의 목적은 감성적 인식 자체의 완전함이다. 그런데 그것은 바로 아름다움이다.”
독일 철학자 알렉산더 고틀리프 바움가르텐(1714~1762)이 쓴 <미학> 1부 1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감성적 인식에 관한 학문이자 미의 학문으로서 미학의 방향을 정립하고, 에스테티카(Aesthetica)라는 명칭을 처음으로 붙였다. 이 책은 서양의 근대 미학 태동기에 출간된 가장 중요한 원전 중 하나로 꼽힌다.
‘미학’이라는 단어를 고안한 바움가르텐은 근대 미학을 말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인물이 됐지만, 정작 그의 저작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1750년과 1758년 두 차례에 걸쳐 라틴어로 출간된 <미학>이 독일어로 완역된 게 2007년이다. 영역본은 현재까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 처음으로 <미학>이 번역돼 나왔다. 도서출판 마티가 낸 ‘미학 원전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총 904절에 달하는 라틴어 원전 중 핵심 이론이 담긴 일반론 부분을 추려서 번역했다. 원작이 출간된 지 269년 만이다. 또 다른 저서 <형이상학>과 <철학적 윤리학> 중에서 미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구절들도 번역해 부록으로 실었다. 바움가르텐은 합리론의 대표적 철학자인 라이프니츠 등의 영향을 받았다. 다만 감각에 기반한 인식을 다루는 미학의 틀을 잡을 때는 조금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그는 아름다움의 평가규칙 내지 기준으로 풍요로움, 크기, 진리, 명석함, 확실성, 생명력 등을 제시했다.
감상자 스스로 아름다움의 기준을 ‘발견’한다는 ‘발견술’을 주장하기도 했다. 미학에 있어서는 경험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이다.
<미학>과 함께 에드먼드 버크의 <숭고와 아름다움의 관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 데이비드 흄의 <취미의 기준에 대하여/비극에 대하여 외>도 ‘미학 원전 시리즈’ 1차분(사진)으로 묶여 발간됐다. 세 권은 모두 서양철학자 김동훈이 번역했다. 버크의 저작은 2006년 국내 출간된 책의 개정판으로, 아름다움의 하위 개념으로 간주돼온 숭고를 독립적인 미학적 고찰 대상으로 삼아 분석한 고전이다. 칸트의 <판단력비판>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있다. 칸트는 이 저서를 아름다움과 숭고에 대한 경험론적·심리학적 설명을 시도한 책 중 가장 탁월하다고 평했다. 흄은 자신의 미학 이론을 책으로 묶어내진 않았지만 여러 논문에서 미학적 견해를 밝혔다. 아름다움이 대상의 객관적 속성이라는 전통적 견해를 뒤집고, 아름다움은 ‘즐거움을 자아내는 능력’이라고 주장해 학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번에 번역돼 나온 책은 그의 논문 5편을 모은 것으로, 이 중 4편은 이번에 처음으로 번역 출간되는 글들이다. 서양 미학 태동기의 미학 원전을 소개하는 시리즈는 이후 샤를 바퇴의 <하나의 원리로 환원되는 예술 장르들>, 조지프 애디슨의 <상상력의 즐거움>, 프랜시스 허치슨의 <아름다움과 덕에 대한 우리의 관념의 기원에 대한 탐구>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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