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협상 침체 속 남북 고위급회담 언급
남북 이산가족 상봉 협의 제안 가능성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미ㆍ중 충돌과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열린 한반도평화만들기 2019 연례 학술회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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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남북관계가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가운데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열어야 될 국면”이라고 밝혀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장관은 18일 오후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생방송에 출연해 “지금은 (남북) 고위급회담을 열어야 될 국면이기는 하다”며 “고위급회담의 의제나 또 언제쯤 열릴 것인지 그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남북관계가 다시 정상화되고 풀린다면 장관급 회담부터 시작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 장관이 남북관계에서 고위급회담 필요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지난 4월 취임 후 처음이다.
김 장관은 ‘북쪽에 (고위급회담을) 제안했느냐’는 질문에는 “회담이라는 게 성사될 때 제안을 해야 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부분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통일부가 현시점에서 북한에 고위급회담을 제안하진 않았지만, 의제와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장관급 회담의 북측 대표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피난길에서 헤어질 당시 4살이었던 북측 아들 리상철(71)씨 만나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 한국사진기자협회 제55회 한국보도사진상 제너럴 뉴스(General news) 부문 최우수상에 노컷뉴스 박종민 기자의 사진이 선정됐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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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의 ‘남북 고위급회담’ 발언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속에서도 남북관계 물꼬를 트기 위해 할 수 있는 부분은 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고위급회담 관련 북측과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것보다는 저희(통일부)가 향후 남북관계를 이끌어나가는 방향에서 종합적으로 여러 가지 대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인 26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을 마치고 버스에 오른 북측 가족들이 남측 가족들과 헤어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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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 판문점 회담 이후 정부는 “지금은 북·미 간에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중요한 국면”이라며 남북관계는 한 발 빠지는 듯한 기조를 밝혀왔다. 그런데 김 장관이 고위급회담을 언급한 건 남북 간에 시급히 협의해야 할 사안이 있다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남북 간 현안은 오는 9월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문제라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김 장관이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염두에 두고 북한에 고위급회담을 갖자는 운을 띄웠다는 얘기다.
정부 당국자도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이 각기 사전에 가족을 추리는 작업에 최소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며 “여러 절차를 고려할 때 한 달 반 전에는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6월 1일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과 이선권 조평통 위원장 등이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협의키로 한 뒤 6월 22일 금강산에서 실무회담 격인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렸다. 이어 8월 20~26일 금강산에서 3년 만에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개최됐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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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정부 소식통은 “지난해 협의 일정을 고려할 때 추석(9월 12~14일) 계기 이산가족 상봉이 되려면 지금도 늦은 감이 있다”며 “정부가 북·미 실무협상 추이를 보며 고위급회담 제안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고위급회담 남측 수석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수석대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남북고위급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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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정부 대신 적십자회담 채널에서 북측에 이산가족 상봉 문제 협의를 직접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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