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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정부 “제3국 중재위는 日 일방적 요구”… 다음 대응 수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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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답변 요구시한 넘겨 / “중재는 양쪽 다 만족 못 시켜” 단호 / 기금 마련 통한 피해자 지원 토대 / “日 대화 응하면 접점 찾도록 노력” / WTO 협정 위반 등 여론전도 지속 / 볼턴, 내주 한·일 연쇄 방문 가능성 / 美 중재 관련 신중한 입장 속 기대감

세계일보

“오늘이 일본에서 (정한) 중재위 (구성)절차 기한인데, 한국 정부는 이미 응했나요, 아니면 오늘 중 응하실 건가요.”(일본 NHK 기자)

“일본이 일방적이고 자의적으로 정한 일자입니다. 구속될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입니다.”(김인철 외교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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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1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나온 질의 응답이다. 이날 브리핑이 시작하자마자 일본 기자 3명이 연달아 같은 취지의 질문을 하자 김인철 대변인은 단호한 어조로 반복해서 “일본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날짜”라고 답변했다. 18일은 지난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이 우리 측에 요구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 시한이다. 일본의 입장과 달리 우리 정부는 이미 지난 16일 일본 측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밝혔고, 이는 관철됐다. 우리 정부는 한·일 관계를 다루는 기본 기조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존중, 피해자 고통에 대한 실질적 치유, 한·일 관계 발전 등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 원칙에도 순서를 뒀다. 대법원 판결 존중과 피해자 고통 치유를 먼저 언급한다.

우리 정부는 전날 일본이 주장하는 모든 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며 대화를 제안했다. 하지만 이 안에 ‘제3국 중재위’는 제외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중재를 하면 (입장을) 나뉘는 결정이 나오고, 그래서 양쪽이 만족을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대신 “지난 6월 우리가 제안한 (기금 마련)안은 여전히 살아 있다”며 “일본이 대화에 응하면 (양측이) 대화를 하고, 그러면 서로의 입장을 밝히고 접점을 찾도록 노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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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일본에 제안한 ‘대화’는 청구권협정 3조1항에 따른 ‘외교적 협의’는 아니다. 정부가 청구권협정에 따른 모든 조치들을 거부하는 것은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과 관련된 한·일 갈등을 1965년 청구권협정의 틀 밖에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은 한·일 간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청구권협정의 적용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볼 때 이 부분에 대한 논리를 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우리는 열려 있으니 일본이 합리적인 제안이 뭔지 대화를 해오면 거기서부터 대화가 시작이 될 것”이라며 “수정의 여지가 없다는 말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6월 제시한 한·일 기업의 기금 마련을 통한 피해자 지원안을 토대로, 일본 정부와 청구권 협정 틀 밖에서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별개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라는 점은 계속해서 주변국에 이를 홍보해나갈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향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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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한·미·일 삼각 동맹 축 내에서 미국 측 중재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전날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와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만난 데 이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내주 일본을 방문하며 한국을 연쇄 방문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한·일 문제는 기본적으로 당사국이 해결할 문제라는 기본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중차대한 시점에 스틸웰 차관보와 볼턴 보좌관이 잇따라 한국을 찾는 것은 내포하는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은 적극적 중재보다는 물밑 접촉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7월 말∼8월 초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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