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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택시-모빌리티 업계

[뉴스분석] 택시 완승으로 끝난 김현미 상생안…타다 설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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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차 기여금 내고 택시 면허 매입

차량도 사야 … 시장 진입 힘들어져

시간대·서비스별 요금제 도입

사실상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

“택시업계 반발 달래기에 초점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비빔밥”

중앙일보

17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운행 중인 택시(아래)와 ‘타다’ 차량. 정부는 택시기사 자격 보유자들에 한해 타다 등 승차공유 차량을 운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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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은 그럴듯하게 했지만 결국은 택시업계의 완승이네요.” 1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살펴본 강경우 한양대 교수(교통물류공학과)는 이렇게 평가했다. 국토부는 혁신성장을 도모하고 택시 서비스를 향상하고 이용자의 편의도 증진하겠다고 했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사실상 택시업계의 입장이 거의 다 반영됐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개편 방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의 제도화다. 플랫폼 택시는 ▶플랫폼 운송사업 ▶플랫폼 가맹사업 ▶플랫폼 중개사업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새로 등장할 플랫폼 운송사업은 신규 사업자가 승용차·승합차 등 다양한 차량을 이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은 “갓등과 차량 도색 등 외관 규제는 물론 요금 관련 규제도 과감히 풀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엔 적지 않은 조건이 있다. 플랫폼 운송사업을 하려면 일정 금액의 기여금을 내야 한다. 정부는 이 돈을 택시 감차 사업에 보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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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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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 대수를 늘리려면 추가로 더 기여금을 내서 그만큼 택시를 감차해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플랫폼 운송사업자가 필요한 만큼 택시 면허를 사는 거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차량도 직접 소유해야 한다. 타다처럼 렌터카를 이용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초 렌터카를 이용한 사업도 허용하려고 했지만 택시업계 반발이 커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교통시스템공학과)는 “우버나 그랩 등 외국의 플랫폼 사업자는 자가용을 이용하는 게 핵심”이라며 “우리는 사실상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고 진입장벽도 더 높다”고 말했다.

택시업계와 크게 갈등을 빚어왔던 타다가 설 자리가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타다가 플랫폼 운송사업자가 되려면 기여금도 내야 하지만 무엇보다 차량을 새로 다 사야 한다. 지금 운행 중인 1000대만 따져도 대략 300억원이 필요하다.

타다 베이직을 운영하는 VCNC의 박재욱 대표는 “각종 세부 내용 및 모빌리티 산업 전체의 상생안을 국토부 등과 잘 협의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실무협의 등에서 지속해서 렌터카 활용 서비스를 포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VCNC는 택시업계에서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계속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타다 베이직의 적법성 부분은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 등을 통한 사법적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실무협의체를 통해 세부안을 가다듬은 뒤 법률 개정안을 오는 9월 또는 연말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국토부의 상생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타다 서비스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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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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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빌리티 스타트업들도 상생안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은 17일 긴급회의를 열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코스포는 “이번 방안으로 혁신과 상생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국토부가 제시한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전제로 한 플랫폼 운송사업의 제약 조건은 혁신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타트업 입장에선 진입장벽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며 “국토부가 우려에 대해 책임 있게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플랫폼 택시의 운전기사는 반드시 택시기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플랫폼 운송사업은 택시회사를 차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요금 규제가 완화되고 다양한 서비스와 차량 도입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김 차관은 “범죄경력 조회 등을 통해 기사의 자격조건도 강화하고 여성안심·자녀통학 등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맞춤형 서비스 도입에는 사실상 ‘요금인상’이 전제돼 있다. 시간대별로 요금을 차등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승객이 적은 낮 시간대에는 요금을 평소보다 낮게 받지만 수요가 많은 피크타임이나 심야에는 훨씬 높게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타다에서 봤듯이 승객들은 보다 수준 높은 서비스에는 요금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시곤 대한교통학회장(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정부 대책을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결국 좀 더 나은 택시 서비스를 받으려면 일반 택시보다 요금을 더 내야 한다는 의미”라며 “사실상의 요금인상으로 소비자 의견이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의아스럽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박사는 “정부 대책은 택시업계의 반발 무마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비빔밥이 됐다”며 “업계와 전문가, 소비자의 의견을 두루 듣고 대책을 만들어야 했는데 정부가 왜 이리 서두르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박민제 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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