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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음식점 사장·가수·평론가… ‘정치계 풍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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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채 발견’ 정두언은 누구 / ‘MB정부 개국공신’ 평가 받다 / 권력사유화 비판으로 멀어져 / 20대 총선 낙선 후 우울증 앓아

세계일보

정두언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인근 북한산 자락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2011년 10월 당시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장이던 정 전 의원이 책 ‘한국의 보수 비탈에 서다’ 출판기념회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 연합뉴스


16일 서울 북한산 자락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명박 정권의 일등 개국공신’ ‘음식점 사장’ ‘시사평론가’까지 다양한 변신을 거쳤던 ‘정치계의 풍운아’였다. 정 전 의원은 2016년 제20대 총선 낙선 이후부터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재학 중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정 전 의원은 파란만장한 삶을 걸어왔다. 그는 2000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지만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서울 서대문구을 선거구에 출마해 새천년민주당 장재식 후보에 패했다.

2004년 17대 총선을 시작으로 19대 총선까지 서울 서대문을에서 내리 3번 당선됐다.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2002년 당시 서울시장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맡은 인연으로 이 후보 캠프 선대위 기획본부장 및 전략기획 총괄팀장으로 활동했다. 당시 당내 경선 과정에서 상대한 박근혜 후보의 검증에 나서 “박근혜와 최태민의 관계를 낱낱이 밝히면 박근혜 좋아하시는 분들은 밥도 못 먹게 될 것”이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세계일보

정두언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경찰이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이명박정부 ‘개국공신’으로 평가받던 그는 권력과 인생의 정점에서 합리적 보수의 면모를 보였다. 2008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총선 불출마를 촉구하고 이 전 의원 측근들의 권력 사유화 문제를 계속 비판했다. 합리적이지 않은 권력은 그래서 그에게 거리감을 안겼다. 권력에서 밀려나 친박도 친이도 아닌 당내 비주류 인사로 지내야 했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당선됐지만 같은 해 솔로몬저축은행 비리 건으로 기소됐다. 2014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이 때문에 10개월간 구치소에 수감됐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정계에서 은퇴했지만 최근까지도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활발하게 활동했다. 숨진 16일 오전에는 SBS 라디오 ‘이재익의 정치쇼’에 나와 정태근 전 의원과 함께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은 최근 지인과의 돈 문제로 배신감을 느끼고 운영하던 일본식 주점 영업도 부진해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작년 2월 언론사 인터뷰에서 4선 실패 후 극심한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특1호실에 마련되며 조문은 17일 오전 9시부터 받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자유한국당 이재오 상임고문을 통해 조문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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