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황교안 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에서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뤄진 당 사무총장 인선에서 한선교 전 총장 후임으로 거론되던 비박계 이진복 의원이 아닌, 친박계 박맹우 의원이 낙점됐다. 이헌승 당대표 비서실장,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민경욱 대변인 등이 모두 친박계다. 주요 당직 가운데 비박계는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 정도다. 그나마도 김 원장이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선출되자 자리를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당 몫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엔 친박계 김재원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당초 지난해 7월 후반기 원 구성을 논의하는 의원총회에선 비박계 황영철 의원에게 주기로 했던 자리다. 그러나 김 의원이 경선을 요구하고 당 지도부가 받아들이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강하게 반발하던 황 의원은 결국 경선을 포기했다.
흔들리는 리더십, 믿을 건 친박뿐?
친박계가 전면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정치권에서는 무엇보다도 황 대표의 미진한 당내 기반과 리더십이 이유로 꼽힌다. 아직 확고한 '친황(친황교안)' 세력이 형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친박을 중심으로 ‘판'을 짜고 리더십 다잡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초 황 대표는 비박계와 친박계 양쪽에서 동시에 비판을 받았다. 비박계에선 국회 장기 파행을 놓고 대안 부족을 지적했고, 친박계에선 황 대표의 선명성과 야성이 부족하다며 지적했다. 여기에 황 대표 본인의 잇단 설화까지 불거졌다. 리더십 위기였다.
또 황 대표는 올해 초 전당대회에선 친박계 지원을 받아 승리할 수 있었지만, 현재 당내에 이렇다 할 '자기 사람'이 없다. 취임 초기 당 장악력을 위해 친박계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첫 단추가 친박이었기 때문에, 이제 와서 비박계를 중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리더십 강화를 위한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보수층 ‘집토끼' 단속하려고??
여기에 지난달 15일 홍문종 의원의 탈당과 우리공화당 합류로 지지층 분열 가능성이 나오자 '집토끼' 단속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홍 의원은 당시 "제가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고 많은 분들이 동참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40~50명 정도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로서는 친박계 의원들의 추가 이탈 가능성을 미지수이지만, 향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등 변수가 발생할 경우 이뤄질 경우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친박계 의원들을 주요 당직에 포진시키는 달래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있다.
‘친황' 구축을 위한 ‘신친박' 중용?
그런데 최근 전면에 나선 친박계는 신친박으로 볼 수 있다. 서청원 의원이나 최근 실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최경환 전 의원 등 과거 친박계 중심 인물들은 사실상 영향력이 사라진 상태다. 탄핵 사태 이후 탈당한 이정현 의원은 무소속이고, 홍문종 의원은 당을 떠났다.
최근 중용된 인물들은 초·재선 모임인 '통합과 전진' 소속이다. 비박계가 당권을 쥐고 있던 지난해 8월 친박계 의원 중심으로 출범한 모임이다. 박맹우·추경호·민경욱 의원을 비롯해 정책위의장인 정용기 의원, 김정재·이만희 원내대변인 등이 소속돼 있다. 강석진·이은권·송언석 의원 등 원내부대표단에도 이름이 올라 있다.
구 친박계 중진들과 비교하면 박 전 대통령과의 접점이 적어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다. 정치적으로 좀 더 자유롭다는 의미다. 그래서 일각에선 최근 친박계 중용에 대해 친박계가 신·구 세력으로 갈라지고 있는 틈에서 황 대표가 ‘친황'을 구축하려 한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총선이 걱정되는 비박계
비박계는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총선 때문이다. 친박이란 이름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중도층 포섭과 외연 확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 선전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충분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자칫 전국정당의 위상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10일 의원회관서 열린 청년 특강에서 "지금처럼 친박 1중대, 친박 2중대로 가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특강 직후 기자들에게 "국민들이 이유 없이 자유한국당이 싫다고 한다. 그게 왜 그렇겠느냐"면서 "국민들 뇌리 속에 국정농단과 탄핵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런데도 내년에 탄핵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르면 결과가 어떻게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이 기존 지지층만 확인하는 수준의 성적만 거둘 경우 황 대표의 대권 행보는 험난해 진다. 역대 대선에서 특정 지역의 지지 만으로 승리를 거두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선이 임박하면 황 대표가 기조를 바꿔 중도 확장을 위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백상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