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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4억 빚이 23억으로… 사채업자가 삼킨 영천 워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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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근저당권 설정으로 폭리
일부 투자자들 투자금 손실


파이낸셜뉴스

영천시 청통면 신덕리 일대 '영천 휴먼스타월드' 조성 사업 부지/사진=법원경매 사이트 굿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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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영천시 일대 5만여평 부지에 조성될 예정이었던 대규모 종합레저타운 사업이 좌초된 배경에는 사채업자 일당의 이권개입이 있었다는 것이 관련 민사판결 항소심에서 드러났다.

■근저당권 늘려 23억 배당 챙겨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고법 민사2부(박연욱 부장판사)는 T건축 투자자 9명이 김모씨를 상대로 한 배당이의 소송에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은 불정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라며 지난 4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T건축은 2010년 10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영천시 청통면 신덕리 일대 임야 13만9636㎡(약 5만평)를 사들여 이 부지에 경북 최대의 워터파크인 '영천 휴먼스타월드'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T건축의 대표는 사업상 알고 지냈던 이모씨(김씨의 시동생)로부터 전모씨를 소개받았다. 이후 T건축은 전씨를 통해 사채업자 인모씨로부터 2012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4차례에 걸쳐 연 30% 이자로 총 4억3800만원을 빌리고, 5억원의 차용증을 써줬다.

T건축이 차용증을 쓴 같은 날 인씨는 김씨에게 허위로 5억원을 빌려준 것처럼 차용증을 만든 후 T건축 부지와 함께 김씨 소유의 경북 청도군 임야를 한데 묶어 총 13억원의 '공동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이후 인씨는 T건축이 대출의 대가인 3억6000만원의 주식 재매매약정(사채커미션)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지 않자 사업 압박의 목적으로 T건축 부지에 대해 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동생 이씨는 경매를 신청했다.

한순간에 자금줄이 끊긴 T건축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2014년 1월 가처분신청 및 경매 취하를 조건으로 사업 부지에 대한 모든 근저당권을 말소한 뒤 동생 이씨에게 채무원금 23억원이 있다고 합의하고, 이 금액으로 23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줬다. 1년 만에 4억3800만원의 원금이 23억원의 빚으로 불어난 것이다.

이씨는 형수인 김씨에게 이 근저당권부 채권을 넘겼고, 이들은 2014년 11월 사업 부지에 대해 임의경매를 신청해 23억원을 배당받았다. 졸지에 투자금을 모두 잃게 된 일부 투자자들은 김씨를 상대로 2016년 10월 배당이의 소송을 제기했다.

■"폭리행위 악의…근저당권 무효"

투자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1심은 T건축과 김씨 측이 합의하에 23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고 인정한 반면, 2심은 "이 근저당권설정은 이씨 형제, 인씨 등이 탑건축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려는 폭리행위의 악의를 갖고 체결한 것"이라며 무효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T건축에 대해 경매 등 소송취하나 대출을 협조해주는 대가로 23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은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봤다. 또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을 적용하면서 사채커미션으로 3억6000만원까지 포함시킨 것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김씨는 원금과 이자(원리금) 8억6500여만원을 뺀 나머지 14억3500여만원은 배당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투자자 측은 사채업자 일당 5명에 대해 지난해 12월 사기·부당이득죄·이자제한법위반 등 혐의로 대구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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