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시작 전 정경두 국방부 장관(맨오른쪽)이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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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장관은 16일 평소처럼 일정을 소화했다.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해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반갑게 인사하고,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담소를 나눴다. 오후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그러나 이날 정 장관의 밝은 표정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국방부 내부가 정경두 국방장관 교체설을 놓고 뒤숭숭하다. 그동안 정 장관은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사임 요구 공세에 대해 “제게 주어진 시간, 국가와 국민이 부여한 시간에 최선을 다하되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 “(사퇴 문제는) 인사권자께서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러던 정 장관은 지난 15일 청와대가 여론의 추이를 본 뒤 그의 거취를 결정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흔들리고 있다.<중앙일보 15일자 1면>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과 해군 2함대사령부 거동수상자 사건으로 인해 군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정 장관 역시 좌불안석인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15일 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공동으로 제출한 뒤 정치권에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정 장관의 해임 건의안에 동조하는 분위기기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정 장관은 북한 소형 목선 사건 이후 군에 대한 여론이 나빠진 데 대해 사석에서 “사실과 많이 다르게 알려져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국방부와 군을 추스르려고 애썼다. 지난 12일 해군 2함대 거동수상자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자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을 국방부 기자실로 내려보내 브리핑을 하도록 지시했다. 또 지난 14일에는 해군 2함대 거동수상자 사건에 대한 보도자료를 언론에 뿌리기 전 국방부 당국자들과 독회(讀會)를 열며 문구 하나하나를 직접 따졌다.
요즘 미간에 힘을 주는 정 장관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사소한 사항도 반드시 보고하라고 강조하고 있다.군 소식통은 “정 장관은 자신이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기 때문에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이 축소ㆍ은폐 논란에 휩싸였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해군 2함대 거동수상자 사건에선 꼼꼼히 챙기면서 여론에 신속히 반응하려 했다”고 귀띔했다.
군 내부에서도 인사들은 정 장관을 바라보는 군 시선은 곱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일선 부대의 지휘관은 “장관이 잇따른 사건에서 똑 부러지게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밝힌 적이 없었다”면서 “특히 부하에게 잘못을 떠넘기려 하는 모습을 보여 많은 현역들이 실망했다”고 주장했다. 한 예비역 장성은 “정 장관이 이번에 유임이 결정되더라도 안팎으로 리더십이 많은 상처를 입었다”며 “앞으로 군 기강을 다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군 일각에선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군 당국자는 "다음달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능력을 검증하는 한ㆍ미 연합 훈련을 준비하느라 바쁜데, 최근 위에서 '보고하라'거나 '하지말라'는 지시가 쏟아지고 있어 더 정신이 없다"며 "눈치가 보여 부서 회식도 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이 은폐·축소나 일삼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사회 풍조에 대해 억울해 하는 목소리도 군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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